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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일본 리츠 매력↑
‘100엔=868원’ 엔화 환전 급증
엔선물 ETF 거래도 증가
국내리츠 고전 비해 일본은 저금리 수혜
2023-11-09 02:00:00 2023-11-09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기자] 올해 초 1달러당 130엔을 하회했던 엔달러환율이 최근 150엔대로 복귀했습니다. 그 사이 원달러환율이 급락해 원화 대비 엔화 가치의 낙폭은 더욱 확대됐습니다. 근래 보기 드문 엔저를 틈타 엔화로 환전하거나 일본 주식시장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엔환율은 868.62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지난달 900원을 사이에 두고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던 원엔환율은 지난 일요일 금융당국의 공매도 한시적 금지 발표 직후부터 급락세를 나타내며 이틀 만에 868원대로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엔달러환율이 거의 제자리에서 맴돈 것을 보면 원엔환율 하락은 오직 원달러환율 하락에 있습니다. 원달러환율은 이달 1일만 해도 1350원대에 머물렀으나 2일부터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냈습니다. 원달러환율과 공매도 금지 조치가 맞물려 원엔환율을 끌어내린 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엔화예금·환전 증가
 
엔저 현상이 심화돼 엔화에 대한 관심도 확대될 전망입니다. 3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잔액은 1조1110억엔으로 지난해 말 6832억엔에서 1.5배 증가했습니다. 최근 낙폭이 더욱 커진 만큼 예금잔액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엔화예금의 경우 이자가 없기 때문에 오로지 환율 변동에 의한 이익만 노릴 수 있습니다. 
 
요즘엔 단순하게 엔화를 환전해 보유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은행 앱으로 환전하면 환전수수료율 우대(80% 할인)가 적용돼 비용도 적게 듭니다. 이들은 기다려도 원엔환율이 오르지 않으면 일본 여행이라도 가겠다고 말합니다. 
 
이보다 적극적인 투자자들은 TIGER 일본엔선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찾고 있습니다. 엔화선물에 연계된 ETF이면서도 연금저축 계좌에 편입이 가능한 종목으로 원엔환율 낙폭이 가팔라지면서 거래량이 늘고 있습니다. 
 
일본 증시에서 미국채 ETF를 매수하는 방법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iShares 20+ Year US Treasure Bond(종목기호 2621)는 미국채 금리가 하락할 때 주가가 오르는 ETF인 동시에, 엔화로 매수해 원엔환율이 오를 경우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입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 사람들은 일본 증시를 추종하는 ETF를 매수합니다. 국내 증시의 일본 ETF는 대부분 환헤지를 해서 환차익을 노릴 수 없지만 TIGER 일본니케이225는 환율 변동에 노출돼 가능합니다.
 
올 상반기 일본 증시는 엔저에 힘입어 승승장구했습니다. 하반기 주가지수는 횡보하고 있으나 일본 경제와 기업들의 실적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정부가 나서 상장기업들의 밸류에이션 개선을 독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부양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수합병(M&A)도 증가하면서 일본을 넘어 해외 M&A로 확장하는 분위기입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각종 법과 규제 등으로 지원한 덕분에 기업들의 체질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주가 상승은 이에 따른 것입니다. 
 
무엇보다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것이 기업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리가 오르는 데도 일본은 수익률곡선제어(YCC)를 관리하는 중입니다. 일본은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6배 수준에 달해 금리가 오르면 기업과 가계 부담이 증가할 뿐 아니라 일본은행이 보유한 국채 손실이 확대돼 어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일본 중앙은행이 국채수익률이 1%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어 급격한 금리 상승은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같은 이유로 저금리가 계속 유지된 결과 엔저가 강해져 7일 엔달러환율이 다시 150엔을 넘어선 상황입니다. 
 
원엔환율이 100엔당 860원대로 떨어지는 '역대급 엔저'가 지속되는 가운데 8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정성 높은 일본리츠, ETF로 투자
 
이미 주가가 많이 올랐다며 주식보다 안전한 리츠(REITs)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일본 리츠시장은 60개 종목, 23조엔에 달하는 글로벌 시장 2위 규모입니다. 다른 나라 리츠 시장은 고금리로 인해 고전 중이지만, 일본 리츠는 저금리 수혜를 받는 데다 담보비율(LTV)이 50% 미만이어서 안정적입니다. 6개월마다 자산 감정평가 의무가 있으며,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특히 일본 리츠는 일본 연기금과 중앙은행이 꾸준히 매수하면서 하방을 지지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일본 부동산 시장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일본 리츠 투자상품으론 KODEX TSE일본리츠(H) ETF가 유일합니다.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리츠 종목들로 구성된 기초지수를 추종합니다. 다만 환헤지를 해 원엔환율 상승을 기대하며 투자하기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일본 증시에서 직접 매수하는 편이 낫습니다. 
 
일본엔 개별 리츠가 많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접근하기엔 여러 리츠를 편입한 리츠 ETF가 적당합니다. 대표적인 종목이 NEXT FUNDS REIT Index ETF(종목기호 1343)입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노무라의 리츠 ETF로 KODEX의 ETF처럼 TSE REIT Index를 추종합니다. 수수료는 0.1705%이며 매매 단위가 10주라서 거래하기에도 무난합니다. 블록랙의 iShares Core Japan REIT(1476)는 1주 단위 매매가 가능한데다 수수료도 0.176%로 낮아 접근성이 좋습니다. 
 
닛코의 Listed Index Fund J-REIT(1345)는 격월로 연 6회 배당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최소 거래단위가 100주인 점이 소액투자자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수수료도 0.30%로 조금 높습니다. 
 
세 종목 모두 기초지수는 같고 보수율만 조금 달라 배당수익률은 연 3.5% 중반으로 비슷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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