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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투어노믹스' 어디까지 왔나
세계 대중음악계가 주목하는 '스위프트노믹스'
"음악적 주도성 핵심 성공 요인…K팝도 유연함·개방성 필요"
2023-10-30 16:44:00 2023-10-30 16:44: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지금 미국은 사방이 스위프트로 둘러쌓인 경험 중이다. 당신이 스위프티(테일러 스위프트 팬덤)가 아니더라도."(미국 포브스)
 
글로벌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공연과 음반만으로 세계 최초 억만장자 대열 합류하면서 미국 사회와 경제가 연일 들썩이고 있습니다. 스위프트의 경제적 파생효과, 즉 '스위프트노믹스(Swiftonomics)'(스위프트+이코노믹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세계 대중음악계는 투어로 인한 경제적 파생효과와 사회 현상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입니다.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는 K팝이 스위프트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향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에 최소 46억달러(6조 950억원)의 가치를 창출했다는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미 전역을 순회하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 당시 모습. 사진=뉴시스·AP
 
스위프트노믹스의 핵심은 올 3∼8월 미국 20여개 도시에서 진행한 '에라스 투어'가 결정적으로 꼽힙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공연 판매 수익만 세전 22억 달러(2조9777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실제로 미국 현지에선 도시마다 호텔룸 예약이 꽉차고 음식점, 마트가 팬들로 붐비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투어와 연계한 관광 등 수익까지 더해지면서 미국 경제에 최소 46억달러(6조 950억원)의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미국 현지에서도 이 투어가 낳고 있는 현상을 ‘테일러노믹스(Taylornomics)’,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라는 표현으로 설명합니다. 회당 7만명씩 몰려든 공연 현장에서는 팬들이 일으킨 진동이 지진계로 2.3을 기록해 ‘스위프트 진동’이라는 말까지도 나왔습니다. 최근 북미에서 개봉한 콘서트 투어 실황 영화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도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는 다음달 3일부터 국내에서도 상영합니다. 2014년 발매 당시 1000만장 이상 팔렸던 앨범 '1989'도 재발매되고 100회 가까운 투어도 더 이어갑니다. 장기적으로는 100억달러(13조 5270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세계 75개 국가·지역 총 3711개 영화관에서 실시간으로 상영된 지난해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서울' 라이브 뷰잉. 사진=빅히트뮤직
 
K팝 업계에도 스위프트노믹스는 시사점을 줍니다. 앞서 스위프트보다 먼저 해당 공연 사업을 K팝은 이미 먼저 시도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하이브는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수도' 라스베이거스와 손을 잡고 그룹 방탄소년단(BTS) 투어를 해당 도시와 연계시키는 사업 '더 시티(THE CITY)'를 전개한 바 있습니다. 콘서트가 개최되는 2주 정도의 기간 동안, 당시 하이브는 얼리전트스타디움이 위치한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지역 약 5km 인근을 공연과 연결시키겠다는 계획을 내세웠습니다. MGM 브랜드 산하 11개 호텔 체인과의 협업으로 쇼핑,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숙박 등을 BTS IP와 결합한 상품으로 내놨습니다. 
 
이후 이 프로젝트를 하이브가 보유한 세계 팝스타들 라인업에 접목하겠다는 장기계획까지 발표했으나, 아직 세븐틴의 일본 투어 정도로 확장하는 데만 그치고 있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도 올해 블랙핑크 월드투어 때 세계 주요 도시 랜드마크를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이벤트를 진행해하거나 팝업 스토어를 설치한 바 있으나, 사업적 지속성은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스위프트노믹스의 주된 작동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스위프트의 음악적 주도성을 꼽습니다. 스위프트 자신의 이야기로 만든 음악 소식을 직접 소셜미디어(SNS)로 전하고, 관련 투어와 영화 등의 조율을 중간 관리자 없이 직접 전개한다는 게 K팝과 차별화된 지점이라는 겁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스위프트 자기 이야기로 풀어내고 쌓아온 음악 카탈로그의 힘"이라며 "아티스트가 직접 부당한 티켓 판매 시스템에 맞서 싸우고, 그를 지지하는 4억명의 팔로워와 '가족 같은 관계'로 소통하며, 아티스트로서의 주도성과 권리를 지켜가는 점이 새로운 팬 마케팅 시대를 연 것으로 본다"고 짚습니다.
 
미국 경제에 최소 46억달러(6조 950억원)의 가치를 창출했다고 집계된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미 전역을 순회하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 사진=뉴시스·AP
 
실제로 스위프트는 이번 공연의 실황을 투어 기간 중 동명의 영화를 개봉시키는 이례적인 행보에도 직접 나섰습니다. 타 가수들은 팬들이 투어에 찾아오지 않을 것을 경계해 투어 이후 영화를 상영하는 데 비해 반대의 전략을 취했는데 이게 성공한 겁니다. 해외에선 '스위프트의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전략'이라 평가합니다. 국내에서도 아이유, 서태지, BTS 등이 투어 이후 오랜 기간이 지난 후 스크린을 개봉해왔지만, 스위프트 같은 행보에 나선 이는 아직 없습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물론 테일러 스위프트니까 가능했다는 평가도 뒤따르지만, 기존 존재하지 않던 산업 전략을 새롭게 모색하고 이를 유례 없는 '롱텀 비즈니스'로 끌고 가는 건 높게 평가 받을 만 하다"며 "기획사 중심의 폐쇄적인 K팝 산업 구조 역시 '스위프트식 유연한 사고와 개방적 연계'를 충분히 배울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설명합니다. 김도헌 평론가도 "팬데믹 기간 억눌렸던 팬들의 욕구가 터져나온 특수성도 있겠지만, 대중음악 산업에 중요한 선례를 남기고 있다고 본다"며 "대형기획사 중심으로 전략을 짜는 K팝 업계가 돌아봐야할 것"이라 지적합니다.
 
게임 애니메이션으로 도시 전체의 경제적 효과를 누리는 일본의 누마즈 우치우라(?浦) 사례를 참고할 필요도 있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김작가 평론가는 "쓰러져가던 어촌 마을을 게임 팬덤의 유입을 통해 재생시킨 도시 성공 사례"라며 "K팝도 단순히 팬덤비즈니스에 머무르는 차원이 아닌, 지자체 등과의 협의를 통한 부가가치 개발, 문화-관광 콘텐츠로의 확산 전략을 짜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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