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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보다 싸게 살 기회…건설주 담아볼까?
버핏 투자한 일본상사 대박났는데 올핸 건설주 매수
금리 올라 주가는 하락…업황 어두워도 선매수 부담 적어
2023-10-31 02:00:00 2023-10-31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지난 2분기 미국 주택건설업체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천하의 워렌 버핏이 이번엔 틀린 걸까요? 그보다는 버핏보다 싸게 살 기회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미국 건설업체는 물론 국내 건설주들도 부담 없는 수준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헤서웨이는 지난 8월 제출한 13F(Form 13) 신고서를 통해 미국의 3개 주택건설업체에 신규 투자했다고 밝혔습니다. 13F신고서는 1억달러 이상 투자하는 기관이 제출하는 보고서로, 우리의 분기보고서와 마찬가지로 각 분기 종료 후 45일 이내에 제출해야 합니다. 따라서 버크셔 헤서웨이의 건설주 투자는 4~6월 중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DHI 7.2억달러 투자
 
주인공은 닥터호턴(종목기호 DHI), 레나 우선주(LEN.B), NVR(NVR) 세 종목으로 모두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주택건설업체들입니다. 총 투자규모는 8억1400만달러로 이중 상당액인 7억2600만달러를 닥터호턴 주식을 사는 데 들였습니다. 
 
워렌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의 신규 매수 소식에 13F 신고서가 공개됐을 당시 해당 종목들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세인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들 3종목의 주가는 신고서 공개 한 달 전쯤 먼저 하락 반전했고 아직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버크셔 헤서웨이의 매집으로 2분기에 주가가 강하게 올랐다가 꺾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택건설업체들의 주가 하락 배경엔 금리가 있습니다. 올해 내내 금리 고점에 관한 예측이 계속 빗나가며 금리 정점이 뒤로 밀렸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금리 상승은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를 위축시키기 마련입니다. 
 
투자 초기 성과가 좋지 않은 데다 세 건설업체 투자를 워렌 버핏이 아니라 버크셔 헤서웨이 내 다른 이들이 주도했다는 현지 언론의 분석도 있어 이번 투자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사그라드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미국에는 주택 공급이 부족해 결국엔 집이 필요해질 것이란 전망엔 변함이 없습니다. 또한 워렌 버핏은 과거 2011년에도 주택시장에 투자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일본상사 투자 ‘대박’…추가매수
 
버핏과 버크셔 헤서웨이의 투자 내용은 언제나 전 세계의 주목을 받습니다. 일본 5대 상사 주식에 투자한 것도 화제였죠. 
 
워렌 버핏은 3년 전인 2020년 8월 이번처럼 13F 신고서에 일본 5대 상사 주식에 총 60억달러를 투자했다고 보고했습니다. 투자종목은 이토추상사, 마루베니상사, 미쓰비시상사, 미쓰이상사, 스미토모상사로 각각 5%씩 지분을 매수했습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3년 만인 올해 4월에 지분율을 각각 7.4%로 확대했고, 이어 6월에는 5종목 평균 지분율을 8.5%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중 일부 종목의 지분을 9.9%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버핏이 이들의 주식을 처음 매수했던 2020년 봄은 코로나 팬데믹의 초기였습니다. 당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엔달러환율도 2020년 11월부터 상승(엔저)을 시작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 상사들은 해외무역, 구체적으로 에너지와 원자재를 주력으로 수입하면서 기계, 일반 제품 등으로 품목을 넓히는 중이었습니다. 
 
워렌 버핏은 이들 종목의 주가가 크게 올라 상당한 평가이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쓰비시상사 주가는 올해에만 70%나 급등했습니다. 단순히 주가만 뛴 것이 아니라 실적이 증가해 주가 상승의 이유를 증명했습니다. 미쓰비시의 2019년(2020년 3월 결산) 영업이익은 3663억엔이었으나 2022년(2023년 3월 결산)엔 1조921억엔으로 급증했습니다. 미국인 투자자로서는 엔달러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을 감수해야겠지만 그를 뛰어넘은 평가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워렌 버핏이 현재 보유 중인 일본기업 주식은 5대 상사밖에 없지만 그는 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일본기업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워렌 버핏의 투자는 전 세계에 일본 주식에 대한 관심을 키워 올해 일본 증시가 오르는 데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워렌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이 미국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세스 클라만도 건자재 투자
 
이같은 혜안과 영향력을 지닌 워렌 버핏 혹은 버크셔 헤서웨이의 투자를 투자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성패를 논하는 것은 섣부릅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시장금리가 오르자 기존 주택 보유자들이 저리의 모기지 대출을 청산하지 않기 위해 집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 것을 꺼려 신규주택 판매가 좋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주택 구입을 위해 주택가격의 상당액을 모기지 대출로 충당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계속 금리가 상승하면서 수요가 위축돼 버크셔 헤서웨이의 투자 종목들 주가는 좋을 리 없겠죠. 금리 하락 전환 시기까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워렌 버핏도 그가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레터를 제일 먼저 챙겨본다는 세스 클라만 회장의 헤지펀드 바우포스트도 건자재업체 CRH의 예탁증서(ADR)를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RH 주가 역시 7월 말부터 하락 중입니다. 
 
국내 건설업종 역시 내년 전망이 어둡습니다. 이로 인해 거의 모든 건설주들의 주가가 바닥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실적에 비하면 현재 주가는 매우 저렴한 상황입니다. 주가수익비율(PER) 5배 미만,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종목이 허다합니다. 
 
내년 전망이 어두워도 워렌 버핏처럼 내년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이라면 건설주를 선매수하기에 부담 없는 영역입니다. 물론 워렌 버핏을 그대로 따라하고 싶다면 닥터호턴, 레나, NVR을 매수하면 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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