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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뿌리 흔드는 출판예산 삭감
(2023 국감)내년 독서 관련 예산 5분의 1 감액···성인 독서율 OECD국가 중 최하위
2023-10-17 16:04:34 2023-10-17 16:04:34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한국 도서가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거꾸로 가는 정부의 독서 관련 예산 정책에 대한 우려들이 나옵니다. 최근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의 국정감사 업무현황 보고에서도 2024년도 독서·출판 관련 예산이 5분의 1 감액 편성된 것과 관련해 문제제기가 나온 가운데, 출판 단체들과 작가들·평론계를 중심으로 "K컬처 근원을 흔드는 파장"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출판 예산은 올해 529억 원이지만 내년 예산은 62억 원(12%) 줄어든 467억 원에 불과한 상태입니다. 이에 한국출판인회의와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한국작가회의 등 출판 단체들 중심으로 불만 목소리가 나옵니다. 
 
특히 출판 단체들은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연간 520종의 문학 도서를 선정·구입해 도서관에 배포하는 ‘문학나눔 도서 보급 사업’ 예산이 올해 20억 원이었지만 내년엔 아예 편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동아리와 이동식 도서관 등을 지원하는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 사업’ 역시 올해 60억 원 규모로 예산이 편성됐지만 내년엔 12억 원으로 줄어든 상태입니다.
 
홍익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체위에서 열린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도서관 등 문화체육관광부 공공기관 및 유관기관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주로 서점이나 시민 단체 같은 특정 주체를 위한 예산이라기보다는 단체들의 문화 활동을 진작하는 예산 삭감이란 점이 타격이 클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이전에는 공모 사업을 통해 열리던 작가 초청행사 등이 싹 사라지는 것"이라며 "그 예산을 향유하는 주체는 결국 독자, 더 나아가 시민들인데 '책과 호흡할 수 있는 기회'를 이렇게 통으로 날려버리는 방식은 전례가 없다"고 비판합니다.
 
앞서 출판계의 예산 삭감 문제는 지난 10일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참석한 문체부 국정감사 업무현황 보고에서도 나왔습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 독서문화 활동 지원 예산이 59억 8500만에서 10억원 규모로 줄었고, 지역서점 예산 11억이 전액 삭감됐다"며 "한국의 성인 독서율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가운데 출판 독서율을 장려하는 데 정부의 적극성이 필요한데 예산은 반대로 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 독서율은 결국 경제적 가치로 총 요소생산성, 즉 GDP(국내총생산)과 연결되는 문제라 정부의 현안에 대한 지적은 남은 국감기간에도 잇따를 전망입니다. 지난해 문체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의 독서율이 1% 증가하면 총 요소생산성은 0.046%포인트가 늘게 됩니다. 이는 곧 GDP(국내총생산)의 0.2% 증가로 이어집니다. GDP의 0.2%는 2017년 기준 약 3조 4000억 규모로, 올해 기준으로는 5조원 정도가 넘습니다. 홍 의원은 "문체부가 독서의 경제적 가치를 언급한 자료를 발표하면서 도리어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특히 지역 서점 예산 삭감으로 한국 서점조합연합회의 750개 프로그램이 모두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파주출판단지 책읽는 어린이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문체부의 이번 독서 예산 삭감은 시민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책 사업을 줄여 독서 생태계를 파괴시킬 우려가 큽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년 마다 수립하는 법정계획인 '독서문화 진흥 기본 및 시행 계획'에도 타격이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입니다. 백원근 대표는 "자원이 없는 우리 국가는 공공재인 책을 활용해 밝고 더 나은 미래, 상상하고 탐구 설계해야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독서율도 저조한 상황에서 장기적 측면으로 국민 독서 제고를 위해 나서도 모자랄 판에, 현장 생태계를 뒷받침하고 있는 싹까지 짤라낸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최근 한국 문학이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독서는 결국 K콘텐츠의 뿌리이므로, 예산 삭감은 결국 출판계를 넘어선 문화 상승효과 가능성까지 저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독일 라이프치히나 프랑스 리옹처럼 출판 전략기지를 표방하는 파주 출판 문화단지의 예산 삭감에 대한 문제도 지적됩니다. 내년 파주출판도시 활성화 예산 또한 14억 전액 삭감된 상태로, 어린이날 책 잔치, 청소년 관련 견학 프로그램, 문화 예술 강연, 출판사 창업 지원 프로그램 등이 모두 중단된 상태입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15년 전 출판문화단지 처음 만들 때 제가 관여 했는데, 충분히 성장 어느정도 됐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제자리에 있는 것 같다"며 "출판 도시를 포함해 지역 서점 예산 등 다시 한번 의견을 잘 들어보고 또 다른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부 산하 기관인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경우도 올해 독서문화팀 운용 예산 역시 전체 114억원 규모였으나, 2024년도 예산안에서 독서 관련 예산은 전체 12억원 규모에 그친 상황이라, 이를 포함한 독서·출판 예산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는 23일 국립중앙도서관, 한국문학번역원 등의 국감 시에도 관련 논의들이 추가로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파주출판단지에서 열린 책 전시를 감상하는 관람객들. 사진=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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