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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내 이야기’ 들려주기
2023-09-25 06:00:00 2023-09-25 06:00:00
말과 글, 위기관리와 미디어, 국방 커뮤니케이션 등의 주제로 글을 쓰고 강의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의 한 대학교 도서관이 북 토크에 필자를 초대했다. 도서관 쪽이 학생들한테 미리 참가 신청을 받고, 신청한 학생한테는 저자의 책을 한 권씩 나눠주고 질문도 준비하도록 했다.
 
행사 이틀 전 도서관 쪽에서 사전 질문을 모아 보내주었는데 질문이 24개나 됐다. 학생들이 지식 탐구에 열의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필자의 책과 강의에도 관심을 보인다는 의미다. 고맙고 반가웠다.
 
질의응답은 강의 이상으로 중요하다. 필자도 강의를 듣고 세미나에 참석하곤 한다. 강의와 주제 발표 때는 졸거나 발제 자료를 뒤적이며 시간 가기를 기다리다가 질의응답 순서가 되자 귀를 쫑긋 세운 경험이 있다. 강사나 발표자가 질의응답 때 ‘자기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하는 경우가 많음을 알기 때문이다. 책에 나오는, 찾아보면 누구나 알아낼 수 있는 지식 위주로 전달하면 재미가 덜하지 않겠나. 강사나 발표자가 생생한 자기 경험을 드러낼 때 시선을 끌기 쉽다.
 
필자도 글을 쓰거나 강의를 할 때 ‘내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이번 대학 도서관 북 토크 사전 질문 1번은 “여자친구와 더 친해지고 싶은데 어떻게 소통해야 하나요?”였다. 전날 밤까지 응답 메모에 “잘 모르겠습니다. 자신 없네요”라고 적어두었다가 아침에 아내한테 물어봤다. 아내는 “(상대방 이야기를) 잘 들어주라고 해”라고 했다. 북 토크 현장에서 아내에게 물어본 사실과 아내한테 들은 내용을 밝혔다. “잘 보이겠다고 꾸미지 말고…”를 덧붙여서.
 
학생들은 “작가님은 평소 노트, 휴대폰, 일기장 등 어디에 글을 쓰나요?”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를 물었다. 이렇게 답했다. “노트북, 스마트폰, 고정형 컴퓨터 등 써야 할 기기가 많은 시대라서 한 군데 적으면 다른 곳에도 함께 떠야(동기화) 합니다”라며 필자가 쓰는 앱을 소개했다. 아울러 “책을 읽거나 뉴스를 보거나 지하철 안에서 생각이 떠오를 때 한두 단어로라도 앱에 메모하는 습관을 붙이니 도움이 되네요. 완성된 문장이 아니라도 괜찮으니 한 단어라도 적으세요”라고 말했다. 모호하고 막연한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방법을 물었을 때는 “쓸 내용을 먼저 말로 해본 다음에 글로 적어 보세요. 생각이 정리됩니다. 마감 시간에 쫓기는 기자들이 사용하는 방법이죠”라고 알려줬다.
 
어떤 학생은 필자의 언론인 경력을 보고 “기자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는지를 사전 질문에 적었다. 북 토크 사회자가 현장에서 이 문제를 꺼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답하고 싶었다. “제가 언제 어떤 사건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자세히 이야기하긴 시간관계상 어렵네요. 좋은 기사를 써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임은 분명합니다”라고.
 
문화 콘텐츠든, 지식 콘텐츠든 ‘내 이야기’를 찾아내 들려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기생충을 만든 봉준호 감독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줘야 상대방이 재미있다고 귀를 기울여 준다.
 
전문 영역 종사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글과 사진, 영상을 올리고 있다. 모든 사람이 콘텐츠 생산자가 됐다고 말할 정도다. 극적이거나 위대함을 드러내는 요소는 콘텐츠에 없어도 된다. 남의 것이 아닌 ‘내 이야기’는 필수다.
 
박창식 전 국방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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