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서태지부터 BTS까지…10·20대 "지금 K팝에 없는 음악"
서태지 데뷔 25주년 콘서트 '타임 트래블러' 싱어롱 현장을 가다
10대부터 50대까지…'문화대통령' 패션부터 떼창까지
2023-09-12 19:34:41 2023-09-12 19:34:41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전국에서 온 '매니아(서태지 팬덤명)'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였거든요. 이제는 다들 가정도 있지만, 아이들과 한 자리에서 '대장'(서태지)을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CGV에서 만난 40대 후반 대구 출신의 이원일 씨는 오랜만에 검은 버킷햇(벙거지모자)를 쓰고 한껏 설레는 표정을 드러냈습니다. 전국 각지에 분포한 또래 매니아들, 자녀들과 '대장'과의 만남을 추억하기 위해 단체 사진도 우르르 몰려 찍습니다. 1집 시절의 앳된 서태지 사진과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컴백홈 가사) 표어를 든 이들이 영락없는 소년, 소녀처럼 함박웃음입니다.
 
"사실 70번도 더 본 영상이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다 같이 한 자리에 모여 다 같이 떼창을 하니 가슴이 설렜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CGV에서 만난 40대 후반 대구 출신의 이원일 씨가 전국 매니아 친구들-자녀들과 만난 광경.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날 오후 3시 이 곳에선 '문화 대통령' 서태지가 데뷔 25주년 기념 콘서트를 스크린으로 옮긴 것을 기념한 '싱어롱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지난 6일부터 전국 CGV에서 상영을 시작한 이번 스크린 실황은 지난 2017년 9월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펼친 콘서트를 영화화한 겁니다.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1집 활동 시절 벙거지 모자를 쓴 젊고 감각적인 모습을 영화 포스터 사진으로 차용해 시작 전부터 음악 업계와 팬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날 영화관 현장에는 10대부터 50대 관객들로 세대별 관객들 모였습니다. 서태지의 기획사인 서태지컴퍼니 측은 과거 서태지 패션들을 차려 입고 인증 사진을 찍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도 진행했습니다. 서태지의 데뷔 직전 주황 츄리링 패션부터 '난 알아요'의 벙거지 모자, 컴백홈 시절의 선글라스 같은 인증사진이 영화 시작 전 스크린 전면에 실시간으로 걸렸습니다.
 
지난 2017년 9월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펼친 서태지 25주년 공연 당시 방탄소년단(BTS)과 아이들 시절을 완벽 재현했던 서태지. 사진=서태지컴퍼니
 
당시 서태지는 BTS와 아이들 시절의 대표곡들을 완벽하게 재현했습니다. '난 알아요'부터 '하여가', '교실이데아', '컴백홈' 같은 시대를 풍미한 곡들을 라이브 버전으로 선보였습니다. 음반에는 미디 샘플러로 찍혀 있던 소스들을 서태지 밴드 멤버들은 실제 악기 앞에서 생생한 라이브로 구현했다고 합니다. 현대 무용을 배운 지민이 ‘영원’의 유려한 곡선을 만들어내고, 제이홉이 브레이킹 댄스로 '이 밤이 깊어 가지만'을 각진 느낌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이 서태지 음악과 대형 화면으로 겹쳐지니, 그 문화 파워가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당시 서태지는 "이제 너희들의 시대"라는 멘트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훗날 세계적 그룹이 될 것을 점치기도 한 바 있습니다.
 
댄스, 발라드, 힙합, 태평소 같은 국악과 결합, 그리고 다시 솔로 초기 록 회귀와 일렉트로니카, 심포니 사운드로 확장되는 25년 음악 세계를 완성도 높은 연출과 사운드로 요약해냈습니다. 이날 영화관 현장에서는 관객들이 전곡을 따라 부르며 즐겼습니다. 특히 6집 수록곡 '인터넷 전쟁' 때 일부 팬들은 영화관 앞으로 나가 슬램(몸을 부딪히고 노는 행동)으로 페스티벌처럼 즐기는 장관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영화관 현장에는 10대부터 50대 관객들로 세대별 관객들 모였다. 서태지의 기획사인 서태지컴퍼니 측은 과거 서태지 패션들을 차려 입고 인증 사진을 찍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도 진행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영화관을 나서는 관객들 사이에는 10~30대의 팬들도 여럿 보일 정도로 세대가 다양했습니다. 20대 중반 관객 A씨(가명)는 "록의 대중화는 서태지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우리 또래가 듣는 K팝에는 서태지의 솔로 음반에서 들을 수 있는 밴드 음악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여전히 서태지를 찾게 되는 것은 그가 지닌 여전한 문화 파워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30대 후반 관객인 B씨는 "서태지가 외쳤던 사회적 메시지는 시대정신과 같은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선 우리가 여전히 서태지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최근 영화관에서는 과거 콘서트 실황을 선보이는 것이 인기입니다. 미국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이 국가 경제에 얼마나 이익을 가져다주는지 연일 계산 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음달 아이유 잠실주경기장 실황이 개봉합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미 영화관은 김호중이나 임영웅 같은 트로트 공연 실황으로 이미 팬덤형 콘텐츠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싱어롱’ 같은 이벤트까지 여는 것은 팬들의 비어있는 시간을 채우는 일종의 ‘모임 공간’으로써 기능함과 동시에 팬들과 극장, 제작사가 최소한의 윈윈을 거둘 수 있는 전략으로 본다”고 봤습니다.
 
지난 2017년 9월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펼친 서태지 25주년 공연 당시 방탄소년단(BTS)과 아이들 시절을 완벽 재현했던 서태지. 사진=서태지컴퍼니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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