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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의 밴드유랑)알렉산더23, 눈물과 하늘의 '블루 음악'
'그래미 후보' 올리비아 로드리고 '굿 포 유' 공동 프로듀서 단독 인터뷰
"글로벌 음악 팬덤 일군 한국은 문화 강국"…라우브 내한 오프닝 게스트
2023-08-30 17:00:00 2023-08-30 17: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안개처럼 자욱하게 퍼지는 목소리, 하프처럼 일렁이는 어쿠스틱 기타 현의 선율, 그 고독한 음의 심해(深海)에서 마주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명제, 인류 역사를 통틀어 '아름다운 이별'이란 아마 존재하지 않았을 것. "이별이란 어쩌면 지진과 같은 것이죠. 본진 이후로도 여진이 간헐적으로 계속 일어나는 것처럼요."
 
28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1층 로비에서 만난 미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알렉산더23'의 초록 눈빛이 멜랑콜리에 젖은 할로겐화은 필름처럼 빛났습니다.
 
지난달 발표한 정규 2집 'Aftershock'은 직접 경험한 이별 이후 심경을 단층 파열처럼 그려낸 음반. 록 작법에 기반을 두고 점차 사운드스케이프를 확장해가는 악곡 구성이 두드러집니다. 기타, 피아노의 단선율로부터 시퀀스사운드(컴퓨터 프로그래밍)를 더해 증폭시키는 식. 사랑, 이별에 관한 감정의 곡선을 다이나믹한 선율로 그려내듯.
 
28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만난 미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알렉산더23'. 사진=유니버설뮤직
 
음반 수록곡 중 'Crash'와 'The Hardest Part'를 꼽고 "신명나는 분위기('Crash')와 무거운 분위기('The Hardest Part')는 이번 앨범을 아우르는 주제"라며 "슬프지만 일정 수준의 희망을 보이는 것, 내 음악은 눈물과 하늘이 공존하는 파란 색깔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개별 곡들을 하나씩 만든다는 느낌보다는,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과 같았거든요. 코로나 이후 음악과 공연 환경이 정상화되다보니 라이브 환경에서 어떻게 들려줄까도 고민한 것 같아요. 내 가장 내밀하고도 진실한 이야기들을 스튜디오에서 록 버전으로 녹음한 결과물이었습니다."
 
알렉산더23은 지금 세계적인 프로듀서로도 입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대형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메가 히트곡 'Good 4 U'(2021년 4월작)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세계 음악계 에베레스트라 꼽히는 '그래미어워즈'에도 노미네이트됐습니다. 에이브릴 라빈 같은 2000년대 초반 '팝록' 붐을 이끌어낸 곡. "처음 데모를 들어보고 어쿠스틱 기타를 부각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결과가 성공적이라 기뻤습니다. 보통 하나의 바이브로 시작해서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기타 베이스 음악을 추구하는데, 역시 비슷한 선상에 있었던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28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만난 미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알렉산더23'의 새 정규 음반 'Aftershock' 표지. 사진=유니버설뮤직
 
알렉산더23이 한국 땅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최근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의 주제가로 세계적 유명세를 얻고 있는 팝스타 라우브의 29일 콘서트에 앞서 오프닝 게스트로 무대에 오릅니다. "라우브와 스튜디오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은데요. 그가 그려내는 아이디어 와 유려한 선율의 향연에 늘 감탄합니다. '멜로디 마법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카고 출신인 그가 이름 뒤에 23이란 숫자를 붙인 건 어릴 적 본 마이클 조던의 경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모두가 알듯이 조던은 왕 중의 왕이잖아요. 일에 대한 사랑을 알려준 사람이기도 하고요. 23살은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나이이기도 합니다. 많은 선택지들을 내려놓고 음악을 선택한 숫자죠. 포커 카드 뒤집기처럼요." 
 
"LA 타운에서 코리안 비비큐와 비빔밥을 경험했다"는 그는 "어제도 삼겹살과 비빔밥, 불고기, 치킨을 먹어봤는데 미국보다 훨씬 맛있었다. 한국이 글로벌 음악 팬덤의 강국이란 점도 잘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음악의 '비터스윗'한 분위기와 달리, 시종 밝게 얘기하는 그는 자신의 음악을 어떤 여행지처럼 여기고 있을까.
 
"딱 하나로 결정할 수 없는 측면이 재밌는 요소라 생각합니다. 어딘가에 정착하지 않았다는 것, 어쩌면 삶의 일정 측면이 산산조각나더라도 다시 하나하나 쌓아올리는 제 23살로 돌아가는 것과도 같은 것, 그 23살을 꽃으로 표현한다면요? 아마도 튤립 정도가 아닐까..."
 
28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만난 미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알렉산더23'. 사진=유니버설뮤직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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