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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K팝 역대 최고 수출…"이제는 ‘실패할 자유’도 필요"
K팝 글로벌 팝 시장 ‘장르화’…"상업적 성과 목 매는 분위기는 경계해야"
2023-07-20 07:01:49 2023-07-20 07:01:49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K팝 음원·음반이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해외 시장 내 K팝 팬덤 문화가 공고해진 영향으로 풀이되나, 한편으로는 팬덤의 맹목적 지지에 대한 우려도 상존합니다.
 
최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음반 수출액은 1억3293만4000달러(약 1685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규모입니다.
 
올해 상반기 음반 수출 대상국 중 일본이 4852만3000달러(약 615억원)로 1위였습니다. 미국 2551만9000달러(약 323억원), 중국 2264만달러(약 287억원)로 2, 3위에 나란히 올랐습니다. 연간 음반 수출액 기준 2020년 한 해를 제외하고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은 일본에 이어 수출 대상국 2위였으나, 올해는 미국에 뒤쳐졌습니다. 독일, 대만, 홍콩, 네덜란드, 캐나다, 영국, 프랑스가 그 뒤를 이어 상위 10개국으로 나타났습니다.
 
월드투어에 앞서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무대에 오른 그룹 방탄소년단(BTS). 사진=뉴시스
 
방탄소년단(BTS)의 솔로를 비롯해 다른 K팝 그룹들의 약진이 해당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방탄소년단 지민은 솔로 앨범 타이틀곡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진입과 동시에 1위 기록을 세웠습니다. K팝 솔로 가수 사상 처음입니다. 스트레이 키즈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는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에 올랐습니다. 방탄소년단 슈가, 세븐틴, 에이티즈, 트와이스는 2위를 기록했습니다. 음반 부문에선 세븐틴 'FML'(545만장), 스트레이키즈 '파이브스타'(524만장) 같은 500만장 이상 판매작들이 나왔습니다. 이전까지 500만장 이상 판매작은 2020년 BTS ‘맵 오브 더 솔 : 7(MAP OF THE SOUL : 7)’에 불과했습니다.
 
음원 부문에서도 올 상반기 K팝의 영향력은 두드러집니다. 최근 음악시장 분석업체 루미네이트 보고서는 올해 전 세계 음원 스트리밍 횟수가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석 달 만에 1조 건을 돌파한 가운데 K팝 장르의 경우 전례 없는 판매량과 스트리밍 성장률에 대해 조명했습니다. 
 
특히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상위 1만 곡의 언어를 보면 영어(88.3%)와 스페인어(7.9%)에 이어 한국어(0.9%)가 3위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전체 음악의 언어 순위는 영어(93%), 스페인어(26%), 프랑스어(8%), 일본어(8%), 한국어(7%)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K팝은 미국 외 여러 지역에서도 주로 스트리밍되는 장르로 꼽혔습니다. 세계 스트리밍 상위 1만 곡 통계에서 K팝 비중은 3.1%로, 영어(56.4%), 스페인어(10.6%), 힌디어(8.7%)에 이어 4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K팝 비중이 영어(39.1%)와 인도네시아 자국어로 된 음악(25.7%)에 이어 6.0%를 차지했습니다.
 
BTS 10주년 기념 불꽃 축제로 물든 한강. 사진=뉴시스
 
글로벌 음악 시장 내 K팝 팬들의 독특한 소비 행태에 대해서도 조명했습니다. K팝 팬덤은 미국의 평균적인 음악 청취자들보다 매월 음악과 관련된 소비에 75%가량 더 돈을 쓰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다른 장르 팬들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지지를 목적으로 음원이나 음반 등을 구입하는 경향이 67%나 더 높았던 것으로 조사됩니다. 해외 시장 내 K팝 팬덤 문화가 공고해지며 미국 내 장르화를 이끌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으나, 맹목적인 가수 지지가 시장 교란을 부추기고 음악 창작의 질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의 해외 시장 팬덤 구축과 국제적 성과에 대해선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상업적 성과에만 목매는 분위기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앨범 사재기와 시장 교란의 문제는 기획사 입장에서 특히 고민해야할 부분”고 짚었습니다. 또 “이제 K팝은 ‘실패할 자유’ 또한 필요한 시점”이라며 “새로운 창작에 대한 도전 정신을 깨워야 대안음악으로의 K팝 가치가 재조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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