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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 쓰면 공매도 결탁? 욕받이 전락한 애널리스트
'고평가 논란' 에코프로, 매도 리포트에 악성 비난 쏟아져
"애널리스트 독립성 훼손은 투자자 손실로 직결"
2023-04-14 06:00:00 2023-04-14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애널리스트들이 국민 욕받이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주식투자자들에게 있어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존재입니다. 억대 연봉을 받으며 꿈의 직업으로 칭송받는 직업이지만, 안내한 길이 투자자들의 믿음을 벗어날 경우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국내증시에서 대표적 급등주로 꼽히는 에코프로(086520)와 관련한 매도 리포트가 나오며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집중포화를 맞고 있습니다.
 
'고평가 논란' 에코프로 그룹주 급락
 
(그래픽=뉴스토마토)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 대비 5.16% 하락한 60만7000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앞서 에코프로는 지난 12일 16.78% 급락했고, 2거래일간 21.07%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247540)은 8.83% 내렸고, 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도 9.30% 하락했죠.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연초 대비 각각 489.32%, 191.53% 급등했는데요. 에코프로 그룹주들이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부터입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확대와 함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수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급등세를 이어가던 에코프로 그룹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자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불똥이 튀었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매도’ 의견의 리포트를 냈다는 이유입니다. 앞서 지난 12일 하나증권은 에코프로에 대해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 조정했는데요. 목표주가를 지난 11일 종가(76만9000원)보다 41% 낮은 45만4000원으로 제시했습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에코프로 시가총액은 5년 후 예상 기업 가치를 넘어섰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에코프로는) 위대한 기업이지만, 현재 (가격에서) 좋은 주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조급한 추격매수(FOMO 매수)와 회피를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국내 증권사들의 ‘매도’ 리포트가 이례적인 데다, 국내 증권사가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리포트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이에 일부 커뮤니티에선 “애널리스트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시세조작을 하고 있다”는 등의 악의적인 게시글 들과 함께 애널리스트를 향한 업무방해, 협박 등 도를 넘은 행태도 나타나고 있죠. 
 
애널리스트 '동네북' 신세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이 밤낮없이 기업분석에 매달리고 있지만, 투자자들에겐 ‘동네북’ 신세나 다름이 없습니다. 오르면 오르는 대로 ‘왜 사라고 강하게 주장 안 했느냐’는 불평을 들어야 하고 떨어지면 ‘왜 팔라고 안 했느냐’고 욕을 먹어야 합니다. 
 
악성 투자자들로부터의 ‘비난 세례’에 심리적 고충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의 한 전문가는 “대부분의 경우 본인이 소유한 주식 종목의 전망을 좋지 않게 바라보는 것에 대한 앙심 때문”이라며 “리포트 내용과 관련 없는 일방적 비난만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비판 아닌 비난만 쏟아지기 때문에 부정적인 견해를 쓰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자들이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팔라’고 주장하기 힘든 구조적인 증권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도 한몫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1년간 국내 35개 증권사의 평균 매도 의견 비율은 0.1%에 그쳤습니다. 한 번이라도 매도 의견을 낸 증권사도 3곳에 불과했죠. 
 
"애널 독립성 훼손, 손실 직결"
 
투자자들은 주가 급락의 원인으로 매도 리포트를 지목하고 있지만, 에코프로의 고평가 논란이 장기간 이어졌던 만큼 단순히 리포트 하나로 주가가 하락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앞서 모건스탠리, 맥쿼리증권, JP모건, HSBC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가 과도하게 높다며 목표주가를 12만~13만원선으로 제시했고, 삼성증권 역시 지난 4일 에코프로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하고 주가 38만 원을 제시했죠.
 
이 같은 경고에도 개인투자자들을 에코프로 그룹주들을 계속해서 사들였습니다. 개인투자자는 올해 들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각각 1조2813억원, 7790억원 어치 순매수했고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개인 순매수 상위 2, 3위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같은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순매도로 일관했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당 종목에 대해 작성자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면서 “애널리스트가 객관적인 분석 보고서를 내지 못하고 독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에서 피해는 결국 부족한 정보로 인해 손실을 보는 투자자에게 돌아온다”고 말했습니다.
 
에코프로 종목토론방에 올라온 하나증권 비난 글.(사진=네이버증권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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