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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관치 덫에 갇힌 KT…민영화 21년차에도 수장찾기는 도돌이표
"KT 흔들지 마라"→"소유분산기업 투명한 거버넌스 고민해야"
빛바랜 최대실적…대표 선임도 민영화 이전으로
구현모 대표 바통 누가 받을 것인가…사외 3인·사내 2인 각축
2023-02-24 16:38:52 2023-02-28 15:01:59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윤석열정부의 첫 금융권 수장 인사가 대대적 물갈이로 마무리된 가운데, 연임 의지가 확고했던 구현모 KT 대표도 결국 연임을 포기했습니다. 구 대표의 급작스런 결정을 두고, 앞서 금융권 수장 선임과정에서 불거졌던 '보이지 않는 손', 즉 관치 논란의 연장선이라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민영화 21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민영화 이후 정권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KT의 잔혹사가 반복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11월 구현모 KT 대표가 KT, 인공지능(AI)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AI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KT 흔들지 마라"→"소유분산기업 투명한 거버넌스 고민해야"
 
구현모 대표는 지난 2020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정식 취임했습니다. 노무현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이었던 노준형 후보자가 당시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30명의 외부후보자와 7명의 사내 지원자 중 구현모 대표가 결국 최종 1인이 된 것입니다. 앞서 숱하게 정치적 외압에 시달려 온 KT였던 만큼 내부에선 기업, 이해도 높고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선임돼야 한다는 요구가 큰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정권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인식을 준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시 '정부 지분도 없는 민간기업을 정권이 흔들어선 안 된다'는 언급을 했고, 이 때문에 조직적 압력이 덜했다는 것이 당시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바뀌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주인이 없는,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공익에 기여했던 기업들인 만큼 정부의 경영 관여가 적절하지 않으나,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도화선이 됐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통 KT맨으로서 내부 승진을 통해 대표 자리에 올랐지만, 야권 시절의 인사가 연임에 나서는 것이 현 정부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22 월드 IT쇼에 선보인 KT의 디지코시티. (사진=뉴시스)
 
빛바랜 최대실적…대표 선임도 민영화 이전으로 도돌이표 
 
구현모 대표는 취임 이후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전략을 내세우며 인공지능(AI)·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산업의 디지털전환(DX)에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B2B 매출이 늘어났고, 지난해 KT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25조65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회사가 성장을 했고, 변화를 이뤘지만 대표이사 선임은 도돌이표만 찍는 모습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 남중수 회장과 박근혜 정부 때 이석채 회장의 경우 각각 임기 종료를 앞두고 정권 출범 전에 서둘러 연임을 확정했지만, 모두 검찰의 수사를 받다 취임 9개월 만에 사퇴했습니다. 구 대표는 연임 철회 결정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구현모 대표가 취임 당시 "외풍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포부도 정권 압박에 묻히게 됐습니다. 
 
구현모 대표 바통 누가 받을 것인가…사외 3인 대 사내 2인 각축  
 
이제 남은 것은 구현모 대표의 바통을 이어갈 후임자를 선정하는 일입니다. KT 이사회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공개경쟁 공고에 응모자격으로 꼽았던 △경영·경제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경력 △기업경영 경험 △최고경영자로서 자질과 능력 △정보통신분야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이를 공정하게 찾아야 합니다. 
 
공개 경쟁에 지원한 사외 18명과 사내 15인 가운데 현재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인물은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김기열 KTF 부사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과 현재 KT에서 근무 중인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등입니다. 이 중 현재 내정설이 돌고 있는 윤진식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초대 대통령실 정책 실장 등의 이력이 있고,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의 경우 지난 2019년 구현모 대표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른 인물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경선룰을 바꾸고, 현 대표의 연임 포기 등으로 외압 이슈가 불거지면서 이사회도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질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중기IT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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