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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개편 둘러싼 항우연 내홍…우주항공청 설립 곡절
2023-01-03 06:00:39 2023-01-03 06:00:39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정부가 세계 7대 우주강국 도약을 선언했지만 육성 전략을 실행해야 할 일선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국내 우주기술의 산실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조직개편을 둘러싸고 한 달 가까이 내홍을 겪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추진해온 우주항공청은 여러 논쟁 끝에 삼각 클러스터를 바탕으로 설립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조직원 구성 등에 여전한 잡음이 일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우주 개발에는 대의가 아닌 사리사욕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배경이다. 
 
올해 상반기 중 '누리호 3차 발사'라는 임무를 앞둔 항우연은 현재 내부 갈등 봉합이 최대 과제다. 지난달 12일 발표된 항우연의 조직개편안에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항의의 뜻으로 사퇴서를 제출하면서 이른바 '항우연 사태'가 수면위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조직개편은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를 발사체연구소로 재편하겠다는 내용이 중심이다. 누리호 1·2차 발사로 임무가 종료된 발사체 본부를 발사체연구소로 흡수하고 그 산하에 발사체 본부, 차세대 발사체 사업단, 고도화 사업단 등을 두는 형태다. 과거처럼 10년 이상 하나의 발사체에만 매진하는 구조로는 빠른 기술변화 트렌드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 항우연의 판단이다. 항우연은 이미 발사체를 제외한 위성과 항공 분야는 연구소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고 본부장은 발사체 개발 업무의 특성 상 새로운 조직 구조 아래에서는 제대로 된 연구가 어렵다고 항변한다. 사퇴서에도 그는 "항우연은 조직개편을 공표해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조직을 사실상 해체했다"며 "기존의 본부·부·팀 체계에서 부와 팀을 폐지하고 본부만 남겨 머리만 있고 수족은 모두 잘린 상태가 됐다"고 성토했다. 
 
과기정통부는 당초 이 같은 갈등을 '조직개편에 대한 의견 차이'로 규정하고 지켜보자는 입장을 취했지만, 연말을 즈음해 본격적인 중재에 나섰다. 과기정통부 등에 따르면 이종호 장관은 고 본부장과 이상률 항우연 원장 등 갈등 당사자들을 연달아 만났다. 앞서서도 "국가의 대의를 생각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라고 거듭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믿음을 보였던 이 장관은 고 본부장이 다시 돌아와 중책을 맡아주길 바란다는 요청과 설득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달라는 주문을 각각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태석 과기정통부 제1차관도 지난달 28일 열린 다누리 달궤도 진입 결과 브리핑에서 "미래 발전과 기관 운영 차원에서 항우연이 내부 이견을 해소해 나가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과기정통부가 그 과정을 방관하고 있지는 않다"고 '과기부 방임론'을 반박했다.  그는 "양쪽이 충분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누리호 발사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왼쪽)과 이상률 항우연 원장. (사진=과기정통부)
 
올해 안에 특별법 제정으로 설립을 추진한다는 우주항공청도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우주항공청은 명칭 그 자체부터 설립 입지, 관할 부처 등 모든 것이 논란의 연속이었다. 누리호와 다누리가 연이어 성공하면서 '우주'가 '항공'에 앞서긴 했지만 경남·전남·대전 등 '삼각 클러스터'가 확정되기까지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과기정통부 산하 외청으로 설립된다는 어느정도의 윤곽이 잡히면서 지난해 11월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이 출범했다. 추진단은 "기존 우주항공기술개발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할 예정"이라며 "임무에 따라 프로그램 기반으로 유연성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미래형 공무원 조직의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과학계에서는 또 한 번 반발했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우주산업 육성과 우주력 건설을 위해서라면 적어도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방부가 과기정통부와 같은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우주 전담부서의 건설에 참여해야 한다"며 "각 부서의 자원과 인력을 통합해 범부처적 전략을 수립하고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 산하의 조직으로는 업무 범위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 임기제 공무원보다는 민간 전문가가 더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보더라도 예산, 총무, 인사, 구매 등 기본적인 지원 인력을 제외하고는 구성원 대부분이 박사급 연구원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기존 체제 아래에서 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담당 과장이 몇 번씩 바뀌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공무원 중심 조직이 되면 새로운 기관이 만들어진들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일침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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