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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강삼권 벤처협회장 "대학교육 바뀌어야 벤처가 산다"
"인력난 시달리는 지역벤처…대학서 기능 인재 길러야"
"대기업 수시채용 중단하고 정기공채로 전환해야"
2023-01-02 06:00:00 2023-01-02 06:00:00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새해가 밝았지만 벤처기업들의 한숨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경기 악화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미 자금난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들에게는 기업의 운명이 갈리는 해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인력과 인프라 부족으로 가장 취약한 지역벤처부터 위기를 먼저 맞닥뜨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삼권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대학 교육이 변해야 지역벤처기업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삼권 벤처기업협회 회장. (사진=벤처기업협회)
 
지난해 끝자락인 12월27일 서울 금천구 포인트모바일 사옥에서 강 회장을 만나 현재 벤처기업계 상황과 위기 대응책에 대해 물었다. 강 회장은 대학이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고 대기업이 정기 공개채용을 진행해야 벤처기업이 버틸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벤처확인기업 수는 지난해 들어 크게 줄었다. 2021년 12월 기준 벤처확인기업 수는 3만8319개사였지만 지난해 10월 기준 벤처확인기업 수는 3만5501개로 전년 대비 7.35% 줄어들었다. 권역별로는 서울·인천·경기의 경우 4.09%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나머지 권역은 모두 전체 감소율을 웃돌았다. 특히 대구·경북 권역의 벤처확인기업 수는 전년 대비 14.15% 빠졌고, 부산·경남·울산 권역의 벤처확인기업 수는 16.38%나 줄어들어 전체 감소율의 2배를 훌쩍 넘어섰다.
 
강 회장은 "벤처확인기업 수를 보면 지역벤처가 확실히 많이 줄어들었다"며 "지방 인력난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방에 있는 기업들이 기술자를 못 구해서 서울에 연구소를 만드는 지경"이라며 "지역에서는 기업과 인력의 미스매칭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스매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 개혁을 통해 기능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 회장은 "지역에 특화된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학생을 중점적으로 모집하고, 지역에 맞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강원도에 바이오 특화 커리큘럼을 만들어 인재를 육성하고, 다른 지역에선 자율주행 관련 인재를 양성하고, 한서대가 있는 서산은 클러스터를 형성해서 우주항공 메카를 만드는 식이다. 이러면 기업들도 모여든다"고 제안했다. 이어 "지역에 특화가 돼있어야 관련 학과를 졸업한 학생이 바로 그 지역 벤처기업에 취업하는 연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며 "아무런 기반 시설 없이 지방에 내려가라고만 하면 안 된다. 교육이 반드시 따라와 줘야 한다. 그래야 공급과 수요가 맞게 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교육계의 보수성에 대해 꼬집기도 했다. 그는 "대학은 수요에 맞지 않는 인력을 공급하고 있다. 정작 꼭 필요한 소프트웨어 인력의 정원은 제한하면서 각 학과 교수 일자리 챙기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하면서 "교육계가 개혁의 대상이자 혁신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발전은 결국 궁극적으로는 교육혁신에서 비롯된다는 얘기다. 
 
내년 벤처업계 경기에 대해 강 회장은 '위기'로 인식했다. 강 회장은 "투자금이 없어 벤처기업에게 심각한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벌써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기관투자자(LP)들이 높은 개런티를 요구하면서 벤처캐피탈(VC)도 힘든 상황이다. 연속적인 펀딩이 이뤄지지 않아 벤처기업들은 신기술과 혁신에 대한 연구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대기업들이 현금 확보를 외치는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벤처기업들은 마른 수건을 짜서라도 최대한 비용을 절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벤처기업이 더 큰 위험에 놓이지 않도록 대기업에는 정기공채 시행을 주문했다. 강 회장은 "입사한 직원들을 3년 동안 잘 가르쳐 놓으면 '대표님 잘 배우고 갑니다'라는 인사를 남기고 대기업으로 이직한다"며 "대기업 대부분이 정기공채를 없애고 수시채용을 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중소기업이 길러놓은 인재들이 대기업으로 유출되고 있다. 벤처기업이 사관학교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 회장은 대기업이 수시채용을 중단하고 정원 이상의 인력을 뽑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기업에서 흘러나오는 인력들이 중소기업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강 회장의 생각이다.
 
새해에 벤처기업협회는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벤처기업인의 기술 혁신과 우수인재 유입을 지원하고 벤처영토 확장을 위한 글로벌 진출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벤처기업가정신을 확산하고 혁신자본의 질적 성장, 디지털 지원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방침이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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