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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게임·콘텐츠 점 찍었다…IT업계에 부는 중동 바람
사우디 국부펀드, 넥슨·엔씨·시프트업·카카오엔터 잇딴 투자
네이버, 디지털 트윈 기술로 '네옴시티' 수주전 참여
"사우디 탈석유 경제 계획, 국내 ICT 기업에 긍정적…정부도 노력해야"
2022-11-24 16:18:17 2022-11-24 16:18:17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게임·ICT 업계에 중동 바람이 불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한국 방문 전후로 대규모 투자 소식이 들려오면서다. 사우디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중심의 '탈석유 이코노미'를 추구하려는 의지가 강한 만큼 국내 관련 기업들의 비즈니스 기회가 점차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과 함께 7000억~8000억 가량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카카오엔터 측은 "다양한 투자 유치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지만 업계에서는 다수의 웹툰·웹소설 IP(지식재산권) 등을 확보한 카카오엔터의 콘텐츠 경쟁력이 인정받은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승리의 여신: 니케' 개발사인 시프트업이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빈 살만 왕세자 방한 기간 중 사우디 측과 MOU를 맺은 기업 중 유일한 게임사다. 사우디 측은 시프트업에 사우디로 본사를 옮기면 뭐든 다 해주겠다는 파격 제안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사우디가 한국 게임사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상반기에는 넥슨과 엔씨소프트(036570)에 3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PIF는 현재 넥슨 주식 7.09%, 엔씨소프트 주식 9.3%를 보유하고 있다. 엔씨의 경우는 김택진 대표에 이어 PIF가 2대 주주의 지위에 올라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한국을 다녀가면서 국내 게임·ICT 업계에 중동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네이버(NAVER(035420))는 대규모 공간의 정밀한 매핑과 측위를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앞세워 사우디의 스마트 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에 올라타려 한다. 이달 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우디 방문 일정에 동행하며 수주전을 본격화했다. 원 장관의 사우디행에 함께했던 강상철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사우디 측이 네이버의 디지털 트윈 기술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하며 "네이버의 기술들이 스마트시티가 지향하는 미래의 다양한 영역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지난 7일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사우디 방문이 로봇, 클라우드, AI 등 스마트 건물 및 스마트 도시 구축과 관련해 네이버가 갖고 있는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력을 글로벌 기업 파트너들에게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처럼 다수의 국내 ICT 기업들이 사우디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는 배경에는 지난 2016년부터 가동 중인 '사우디 비전 2030'이 있다. 그간 사우디는 석유분야의 정부 수입이 67%를 차지하는 등 경제의 근간이 특정 산업에 집중됐었다. '비전 2030'은 이같은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것으로, 제조업 육성과 산업 다각화를 꾀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디지털 전환이 석유 산업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여전히 많은 산업에서는 기술력 확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세계적인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동참하려는 욕구는 크지만 인재와 기술력 확보 등의 벽에 부딪혀 있는 상황이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전문연구원은 "사우디가 제조업 기반이 탄탄했더라면 그 안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했을 텐데 그렇지 않다보니 스마트시티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외부 기술을 도입하거나 해외의 ICT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 투자 기업에게는 사우디 사람들 반드시 고용하도록 의무제도를 적용해 노동을 통한 자연스러운 기술 이전도 꾀하고 있으며, 해외의 저명한 학자들을 사우디로 초청하는 등 관련 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매우 크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유 연구원은 사우디에서의 사업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고위 관료들의 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왕족들이 정부 고위 관료도 겸하고 있는 사우디의 특성 상 그들에게서 사업의 단서를 캐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10년 이상 거주 경험이 있는 한 스타트업 대표도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국가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누군가의 직계 라인을 찾는 일"이라며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만큼 한국 정부의 중개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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