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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안정적인 TDF ETF가 상한가 후 급락?…"거래량 적은 ETF 주의보"
낮은 거래량에 호가 텅 빈 탓…LP 의무 호가제시 시간 빗겨나
투자자는 1만원짜리를 3천원 비싸게 거래
하루 거래량 10건 미만 ETF 49개…0건도 12개
2022-11-24 06:00:00 2022-11-24 0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낮은 변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연금형 상장지수펀드(ETF)가 일시적으로 상한가를 기록하는 일이 발생했다. 거래량이 없었던 데다 증권사 유동성공급자(LP)의 의무 호가 제시 시간이 아니었던 터라, 실수로 나온 상한가 매수 주문이 체결된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한 해프닝이지만, 이 같이 저유동성 ETF가 추종 지수와 높은 괴리율을 보이며 가격이 튀는 경우는 왕왕 발생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실제 가치보다 높은 거래비용을 치르고 거래할 위험을 안게 된다.
 
존재감 미미한 TDF ETF가 상한가를 기록한 이유는
지난 21일 한화자산운용의 '아리랑(ARIRANG) TDF2040 액티브ETF'가 장 시작과 동시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가격 제한폭까지 오른 1만3010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약 5분도 되지 않아 다시 원래의 1만100원 수준으로 돌아갔다.
 
ARIRANG TDF2040 액티브 ETF 일별주가. 사진=키움증권 HTS 갈무리
 
타깃데이티드펀드(TDF) ETF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ETF는 일단 여러 종목을 담은 지수를 추종하고 있어 일반 주식과 비교해 변동성이 작으며(레버리지형이 아닌 이상) TDF는 주로 연금 계좌에 담는 보수적 상품이기 때문이다. TDF는 목표하는 은퇴시점에 맞춰 자동으로 주식의 비중을 점차 낮춰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생애 주기형 펀드다. TDF2040의 의미는 2040년 은퇴를 목표로 하는 투자자가 드는 상품이다. 해당 ETF는 주로 하루 변동폭이 1% 내외다.
 
이런 목석같은 ETF를 상한가까지 끌어올린 건 단 한건의 거래였다. 운용업계 의견에 따르면, 주문 실수에 따른 해프닝일 가능성이 크다. 주문 가격을 잘못 입력했는데 상대방이 즉시 받아버렸거나, 장 전에 자동으로 상한가 매수를 걸어놓은 투자자와 시장가에 자동 매도를 걸어둔 투자자 간에 매매가 체결돼버린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이 같은 주문실수로 안정적인 채권형 ETF가 한 순간 7~8% 급등락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문제는 단순 실수의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매수자는 1만100원짜리 ETF를 1만3000원이 넘는 가격에 샀으니 말이다. 중간 호가 없이 바로 상한가에 거래가 체결돼버린 이유는 거래량이 너무 적어서다. 거래량이 많으면 한틱(tick·최소변동가격)마다 촘촘히 호가가 제시돼있어 그 호가를 다 먹고 위로 치솟거나 아래로 급락해야 상한가나 하한가가 가능하다. 반면 거래량이 없을 땐 수요와 공급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채 터무니없는 가격에 즉시 매매가 체결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ETF별로 호가를 촘촘히 제시하는 유동성공급자(LP)들이 있지만, 장 시작 후 10분과 장 마감 직전 10분은 의무 호가 제출 시간이 아니다. 이 빈 시간대에 TDF ETF가 무려 상한가를 기록하는 해프닝이 발생한 것이다. 
 
하루 거래량 10건 미만 ETF 무려 49개…LP 공백기 가격 급변동 우려
최근 신규 ETF가 우후죽순 상장하며 ETF 시장은 전례없는 성장기를 맞고 있지만, 거래량이 거의 없는 ETF도 상당하다. 지난 22일 하루, 총 646개 ETF 중 거래량이 10건 이하였던 ETF가 49개에 달한다. 그 중 12개는 거래량이 0건이었다.
 
운용사 관계자들은 ETF 투자 시 거래량이 매우 중요한 기준이라고 조언한다. 오히려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수수료보다도 더 말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비싼 거래 비용을 치르는 일이 없으려면 거래량이 많고 호가가 촘촘한 ETF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틱, 두틱만 튀어도 높은 거래 비용을 치르게 돼 수수료 차이보다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LP에 의해 잘 관리되는 ETF를 고르는 것도 중요한데, 우리 운용사의 경우 의무 호가 제출 시간이 아닐 때도 호가를 내달라고 요청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투자자의 거래 비용 증가만이 아니다. 급등락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하는 투자자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저유동성 종목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은 작년 개미들의 투기 대상이 돼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적 있다. 스팩은 기업 인수를 위한 페이퍼컴퍼니 성격인 만큼 내재가치가 없는 종목이다. 기업 인수 관련 소식이 돌기 전까진 보통 2000원 선을 유지하지만, 일부 투기꾼들이 들어오며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고 급등락하길 반복, '폭탄 돌리기' 타깃이 된 바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의도적인 시세 조종 움직임이 있다면 한국거래소가 감리를 통해 들여다 볼테지만, 저유동성 ETF가 투기 대상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스팩이나 일반 종목의 경우 시장 참가자 간 거래로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투기꾼들이 가격을 올리면 마치 그 가격이 실제 가치인 것 같은 착각을 주고, 그 가격이 유지되는 동안 다른 투자자들이 들어오면 세력이 고가에 털고 나가는 전략을 쓴다"며 "반면 ETF는 추종하는 지수 변동폭 만큼만 움직이도록 LP들이 호가를 넣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높은 가격에 체결될 수는 있어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다만 호가 의무 제시 시간이 아닌 장 초반과 마감 때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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