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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상속 업무가 어려운 이유
2022-11-22 06:00:00 2022-11-22 06:00:00
지난해와 올해, 돌이켜보니 연평균 10건 정도의 상속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거의 달마다 상속 업무를 맡은 셈이다. 상속 업무가 이어지는데는 여러 원인이 있다. 우선 코로나로 갑작스레 떠나신 분들이 적잖이 계신다. 병마에 네 분의 부모님 중에 연달아 두 분을 보낸 손님도 있다. 그리고 자연스레 떠나신 분들이라도 예전 같으면 재산 규모가 작아 상속세 대상이 아니었던 분들이, 집값 상승으로 상속세 과세대상이 된 경우가 늘었다.
 
상속 업무는 다른 어떤 업무보다도 힘이 드는 업무다. 양도소득세 업무는 손님이 일단 돈을 손에 쥐었기 때문에 후련함과 충만함이 느껴진다. 법대로 세금을 계산하기만 하면 되고 세금이 많아 화가 날 수는 있지만 세금을 낼 돈이 없는 경우는 없다. 증여세 업무는 대체로 여유가 있는 부모가 자식의 미래를 열어주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부모의 사랑과 자식의 감사가 느껴져서 가장 좋아하는 업무다. 세금이 어떻게든 감당이 되고 감당을 못하겠으면 증여를 안 하면 된다.
 
하지만 상속세 업무는 정반대다.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갑작스러운 충격을 준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가족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손님의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한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국가가 재산을 어느 정도 가져간다고 말을 꺼내야 하기 때문에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가슴에 반감이 싹튼다.
 
더 어려운 점은 가족 간 갈등이다. 재산을 분할하는 과정에서 천차만별 가족의 사연이 일거에 수면 위로 떠오른다. 형제자매 사이라도 특정 자식에 대한 편애와 차별, 부모님에 대한 기여도에 대해 서로 생각이 다르고, 지금 각자 처한 경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십중팔구 다툼이 일어난다. 그것을 잘 들어주는 것도 내 중요한 업무다. 상속 업무에서 세무사는 어느정도 심리상담사가 된다.
 
만약 유족간 다툼이 없다면 돌아가신 분께서 정말로 지혜롭게 정리를 마쳐주셨거나 남부럽지 않은 화목한 가정이었다고 봐도 좋다. 그래서 상속이 뭔지 아는 어른들은 당신 재산이 반목의 씨앗이 되지 않도록 미리 세무사를 찾아오기도 한다. 공평하게 줘야 하는데, 큰 애가 사업이 안 되서 걱정인데, 둘째가 손주를 둘이나 키워서 여유가 없을텐데, 막내가 서운할텐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부모는 마지막까지 자식 걱정 뿐이구나 생각한다. 그럴 때는 정말 잘 오셨다고 말씀드린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상속 재산의 귀속을 정한다는 것은 자신의 죽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인간 본성상 거리끼게 돼 있다. 꼭 해야 하는 이야기라는 걸 아는데도 그렇다. 그렇다고 현명한 자식이 이런 이야기를 먼저 꺼낼 수도 없다. 우리나라 정서상 부모님의 마지막을 입에 담으면서 재산의 귀속을 논한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불효이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이 다가오면 급박하게 일이 전개된다.
 
그래서 세무사가 가운데서 중심을 잡고 잘 리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위기상황에서 유족들이 전문성을 가진 세무사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편이므로 세무사 하기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상속 업무에서 다시, 어느정도 세무사는 판사가 된다.
 
상속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의 뜻과 남은 가족의 화평에 있다. 그것을 취할 수 있다면 세금을 조금 더 내는 것은 감수할 만하다. 틀림없이 그것이 돌아가신 분의 뜻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상속 업무의 의뢰인은 돌아가신 분이라고 봐도 좋다. 평소에 재물이라는 것을 다룰 줄 알고 재물이 삶을 휘두르지 않도록 통제하는 법을 아는 손님들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금방 이해한다. 부모님께서 평생에 걸쳐 일구어낸 재산을 잘 이어받아 삶을 이어나간다.
 
세무사이기 때문에 여느 또래들보다 삶의 끝을 생각할 기회가 더 많다. 상속 업무를 맡을 때마다 돌아가신 분의 삶을 생각해본다. 삶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본다. 힘든 업무이지만 내 안에 가장 많은 것이 남는다. 이 직업의 좋은 면 중에 하나다. 상속 재산을 볼 때는 꼭 종유석을 바라보는 기분이 된다. 한 방울 한 방울 돌아가신 분의 축적된 인생을 본다. 나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잘 다뤄 유족들에게 넘겨줄 의무가 있다. 상속 업무에서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 세무사는 철학자가 된다.
 
권민 미술전문 세무사(MK@mktax.co.kr)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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