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발 뇌관 터질라…중소형 증권사 구조조정 시작됐나
ABCP 차환 부담감 커져…일부 증권사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예고
PF 과실 따먹던 중소형 증권사 '한숨'…2013년 구조조정 칼바람 데자뷰
2022-11-09 06:00:00 2022-11-09 08:55:35
[뉴스토마토 최은화 기자]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여파로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인력 감축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증시 호황과 부동산 PF 시장 활황을 타고 급격히 늘어난 인력에 대한 구조 조정이 진행될 것이란 염려다. 증시는 약세장에 접어들었고, 부동산 PF 시장은 재무 건전성 우려로 신규 PF 집행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 자금 경색 우려가 직원 감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PF 자금 익스포져(위험노출액) 비중이 높은 중소형사가 우선적인 타겟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B증권사 등 계약직 인력 감축 우려 증폭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매각설로 홍역을 치른 A증권사는 매각 대신 인력 구조조정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까지 계약직 직원의 절반에 대해 연장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진다. B증권사도 계약 직원의 약 30%에 대해 재계약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증권사는 부동산PF 조직을 상당부분 정리하는 등 실질적으로 정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외파생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는 준중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우발채무가 많아졌을 것"이라며 "매입 확약을 많이 해서 상환 매입을 책임져야 하면 그 금액이 커서 증권사 내부적으로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인력 구조조정 배경에는 지난해 증시와 부동산 더블 호재로 우후죽순으로 확장한 PF사업과 인력 충원이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들은 올해 증권사 전반적으로 비등기임원을 포함한 계약직 인력은 크게 늘렸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1년 3월 말 기준 비등기임원 수는 1061명이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1173명으로 1년 3개월 만에 11%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증권사 전체 계약직 인원은 9955명에서 1만1201명으로 약 13% 증가했다. 하지만 정규직 인원은 2만6498명에서 2만6155명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반면 올 상반기 PF사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을 때만 해도 증권사 계약직 인력들이 대거 늘었는데,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3분기엔 증권사 대부분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5대 증권사(NH·한국투자·미래에셋·키움·삼성증권)의 합산 순이익은 6100억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 넘게 줄었다. 때문에 증시 부진과 더불어 레고랜드발 부동산 PF 사태로 인해 수익 창출 돌파구가 마땅히 없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구조조정 1순위 대상인 계약직의 연장을 하지 않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이다. 
 
나이스신평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 매입보증 혹은 신용보강을 조건으로 연말 만기를 앞둔 ABCP와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물량만 약 20조원 규모다. 최근 만기 도래한 채권 상환을 하지 못해 최근 자기 매입을 통해 차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중·후순위로 매입보증한 중소형 증권사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증시 '보릿고개'시절 증권사 구조조정 데자뷰
 
증권업계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증시 거래대금 축소와 함께 증권사 구조조정 바람이 일었던 2013년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내비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3년 한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일평균 거래량은 7조원, 거래대금은 6조원 수준이다. 일평균 주식 거래량은 8년만에, 거래대금은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시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익이 전체 수익의 40% 가량 차지했던 터라, 증권사들의 타격이 상당했다. 2013년 상반기엔 미국의 긴축 정책으로 기준금리가 급등해 대규모 채권 손실로 이어지기도 했다.
 
투자은행(IB) 시대가 시작됐지만 대외적인 환경 악화로 증권사들은 인력 감축을 단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당시 동양증권은 임원 40명 가운데 절반을 감축하기로 했고 유진투자증권도 40여명을 명예퇴직으로 내보냈다. KTB투자증권도 창사 이래 처음 100여명 감원을 추진했다.
 
구조조정 바람이 일면서 2014년 한 해 증권사 인력은 3600명 가량이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3년 말 증권사 임직원 수는 4만241명이었다. 하지만 2014년 말 3만6615명으로 9%가량 줄었다.
 
당시와 결은 조금 다르지만 증권사들이 최근 몇년간 높은 비중으로 수익을 내 온 PF 부문이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처럼 구조 조정 분위기가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PF 문제로 실제 지방 건설사의 부도가 현실화 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난 9월 말 충남지역 종합건설기업인 우석건설은 1차 부도 처리됐다. 납부 기한 내에 어음을 결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도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서 증권사들이 일반 아파트 뿐만 아니라 지방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까지 우후죽순으로 PF에 참여했다"며 "현재 국내 외환 보유가 괜찮아서 IMF 외환위기 당시와 결은 다르지만, IMF 당시 지방의 작은 시공사부터 부도가 났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케이프투자증권은 법인영업과 리서치센터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메리츠그룹은 메리츠자산운용 매각을 결정했다.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사진=최은화
 
최은화 기자 acacia04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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