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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제국, 영광의 이면④)"해외는 속도내는데…" 다시 부상하는 '온플법'
1년여간 계류된 온플법 추진 필요하단 요구 커져
전문가 "법적인 제재 필요…플랫폼 기능 통으로 보고 접근해야"
2022-10-24 06:03:11 2022-10-24 06:03:11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로 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 문제 등을 지적하는 비판 여론이 커지며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의 관리·감독 없이 자율규제만을 강조해왔던 현 정부의 기조도 힘을 잃으며 사실상 폐기됐던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갈수록 온라인플랫폼들의 위상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에서 실질적 제재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온플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도해온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다. 플랫폼 입점업체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중개업체)의 갑질 방지를 비롯해 공정하고 투명한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마련됐다. 상품 노출 기준 등 필수 기재 사항을 포함한 중개 거래 계약서를 작성·교부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주로 담겼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를 비롯한 5개 단체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의 국회 통과 보류에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부터 문재인 전 정부와 민주당은 온플법의 취지에 공감하고 해당 법안의 추진에 나섰지만 공정위와 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부처들이 규제 권한을 두고 1년 가까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 입법이 지연됐다. 올해 윤석열 새 정부에서는 규제보단 플랫폼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야한다며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이외에도 현재 국회에는 온라인 플랫폼 제재를 위한 법안이 5건 가량 올라있지만 이 법안들 역시 계류중인 상태다. 
 
그러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IDC)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를 계기로 기류가 바뀌고 있다. 특정 플랫폼이 독점하는 시장 구조를 사실상 방치했기 때문에 벌어진 문제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현 정부와 여당에선 자율규제 외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17일 윤 대통령은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망이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국가 기반통신망과 다름없다"면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22대 민생과제 중 하나로 온플법을 선정해 입법 강행 의사를 밝힌 상태다.
 
시민단체와 중소상공인, 플랫폼 노동자들은 디지털 서비스 전체에 대한 법적 규제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상품 판매부터 배달, 택시, 숙박 등 사회전반에서 플랫폼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법적 제재 장치가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금지하고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원칙으로 한 온플법과 같은 규제 법안 제정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는 온라인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의 5분의1이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광고료, 책임 전가 문제 등 불공정 거래를 경험하고 있다면서 온플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국회에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온플법의 경우 카카오 먹통 사태에서 문제 삼는 데이터센터 법적 분쟁을 다루지 않는 등 본질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자율규제를 할지, 타율규제를 할지 사회적 합의점을 찾는 논의부터 시작돼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기업이 미성숙했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본다"면서 "자율규제와 타율규제 사이 균형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지금의 가장 큰 문제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선 대대적인 플랫폼 규제 법안 마련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자율로 갈지, 법적 제재를 정비할지 가닥도 잡지 못한 상황이다. 유럽연합은 구글과 메타, 애플 등 거대 플랫폼 기업에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디지털 시장법'(DMA)를 지난 7월 통과시켜 내년 4월부터 발효할 예정이다. DMA를 적용받는 기업들은 자사 제품, 서비스에 높은 순위를 부여할 수 없고, 소비자들이 새 스마트폰을 구입했을 때 특정 검색엔진 혹은 웹 브라우저만 쓰도록 강제해서도 안 된다. 이용약관 또는 서비스 변경 이전 이용자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노출순위 기준 등을 공개해야한다는 내용도 있다. 빅테크 기업의 본거지인 미국에서도 지난해 6월 '플랫폼 반독점 패키지 5대 법안'이 미 하원에서 발의됐고 현재 하원 법사 위원회까지 통과했다.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잠재적 경쟁기업을 선제적으로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행사해온 것을 겨냥한 규제로 기업결합, 이해충돌, 차별취급, 자사우대, 상호운용성 등과 같은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개별법률을 토대로 구체화시켰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플랫폼들이 경쟁을 제한하는 반칙행위를 하거나 편법적인 지배력을 유지하고 강화는 행위 등에 대해 막으려면 법적 제재 장치가 수반돼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온라인 플랫폼은 하나의 플랫폼에 다양한 서비스가 연결되는 방식이다보니 분야별로 쪼개서 살펴볼 게 아니라 하나의 서비스로 보고 불공정 행위 등을 살피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서치원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은 하나의 플랫폼에 다양한 서비스가 연결돼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 카카오의 택시 분야에선 독점, 메신저에서도 독점인데 선물하기(이커머스) 부문은 독점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플랫폼 내 기능에 따라 쪼개서 판단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면서 "결국 플랫폼 자체를 통으로 보고 월간 이용 접속자 수 등의 기준으로 독점적 지배력이 있는지 따지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지배력의 여부를 따질때 분야별로 나눠서 판단하게 되면 독점 여부에 대해 각기 다른 판단이 나오며 기준이 모호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플랫폼 자체로 바라보고 접근하는 것이 좀더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서 변호사는 "카카오 자체에 대해 이용자들이 느끼는 지배력은 크지만 카카오 입장에선 분야별로 나눠봤을 때 지배력이 없다는 식으로 희석시키려고 할 수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전향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온플법에 대해선 "이용 절차와 정보 제공의 투명성을 토대로 거래의 기본적인 룰을 설정하자는 취지의 법안으로 해당 법안 추진도 다시 제대로 논의돼야한다"고 부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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