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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에 불공정 계약 여전" 사각지대 놓인 웹툰작가들
웹툰 시장 규모 1조원 돌파했지만
작가들은 열악한 근무환경 놓여
국감서 '웹툰작가 건강권 문제' 화두
휴재권 보장 등 사회적 안전장치 확보 시급
2022-10-04 06:00:48 2022-10-04 06:00:48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한국 웹툰의 위상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드라마부터 영화, 게임 등까지 국경을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로 재탄생하면서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특히 인기 웹툰의 경우 2, 3차 창작물 양산시 흥행 보증 수표와 같은 역할을 하며 원천 지식 재산권(IP)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 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2013년 1500억원 규모에서 2020년 1조500억원으로 7배 이상 급성장했다. 문제는 정작 IP를 최초로 생산하는 웹툰 창작자들이 성장의 결실을 맛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매순간 마감압박에 허덕이며 컨베이너 벨트와 다를 바 없는 작업 공정 환경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7월 카카오웹툰에 연재됐던 인기 웹툰 '나혼자만 레벨업' 작화를 담당한 장성락 작가가 37세인 젊은 나이에 숨진 사건은 웹툰업계의 고강도 근로 관행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카카오페이지에 올라온 학원·판타지 순위. (사진=카카오웹툰 앱화면 캡처)
 
이에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웹툰 창작자의 건강권 문제가 핵심 주제로 급부상했다. 콘진원이 조사한 지난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 하루 평균 창작 활동 시간은 10.5시간으로, 주중 평균 창작 활동 일수는 5.9일로 조사됐다. 주당 평균 노동 시간이 63시간 가량에 이르는 셈인데 실제로는 하루 12시간 이상의 근무행태가 비일비재하다고 현장의 웹툰 작가들은 얘기하고 있다. 게다가 작품의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간주하지 않는 등 조사가 실상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웹툰 플랫폼들은 웹툰창작자들에게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하지만 현장의 창작자들은 컷수와 세이브 원고(예비용 원고)의 압박이 심해 매순간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웹툰 컷수를 늘리고 더 화려한 작화를 해내야 상단 순위에 올라가는 등 이 시장에서 그나마 이름이라도 알릴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작가들은 회당 100컷에서 120컷 내외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외에도 과도한 수수료 부과, 후차감 MG(미니멈 게런티)를 토대로 작가들에게 리스크를 높이는 불공정한 계약 구조가 여전한 점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개선해야할 과제로 떠올랐다. 
 
작가들의 사망, 유산 등 안타까운 소식이 연이어 터지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은 웹툰 상생협의체를 통해 창작자 건강권 문제 논의에 나섰다. 다만 플랫폼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는 근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창작자들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작가들의 휴재권 등을 보장하는 제도 마련 등 정부 차원에서의 법적 제재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작품을 그리지 않더라도 유급 연차를 제공하는 등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의 마련만이 실질적 해법이라는 것이다.
 
이미 지난 2012년경 나온 만화진흥법 개정안이 만들어졌지만 신산업인 웹툰 산업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웹툰법(가칭)'을 이달 중 국회에 발의한다고 밝혀 웹툰산업계 종사자들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법안에는 웹툰 창작 노동에 대한 세분화한 보상 체계와 유급 휴재권 개념을 도입하는 한편 메인작가 외에도 보조업무를 맡는 근로자 등에 대한 명시를 해 창작 근로자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세분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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