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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한국 미술시장의 새로운 과제
2022-09-23 06:00:00 2022-09-23 06:00:00
프리즈 서울이 폐막했다. 런던을 거점으로 뉴욕, LA에서도 아트페어를 운영하는 프리즈이지만, 이번 서울에서 거둔 성과는 2번째로 컸다 하니 대성공이다. 4일 동안 보수적으로 계산해 7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필자 역시 한참을 기다려 입장했는데, 오후가 되자 아예 표를 팔지 않기로 결정나면서 사람들이 발길을 돌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고생할 가치는 충분했다. 피카소, 마티스, 몬드리안, 에곤 쉴레, 자코메티 등 거장들의 작품을 돌아볼 수 있는 자리였다. 미술관 작품들과 달리, 파는 그림이라 더 재밌게 느껴졌다.
 
프리즈 서울이 남긴 시사점을 정리하자면 첫째, MZ 컬렉터의 등장이다. MZ 컬렉터 중에는 영리치(young rich)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중산층도 있다. 네이버 카페 '직장인 컬렉터 되다'의 회원수는 1만7000명을 넘는 수준이다. 새로운 세대가 미술 시장의 소비자로 유입된다는 건 좋은 일이다. 작가, 미술산업 종사자들도 업을 이어가면서 산업이 유지된다.
 
하지만 MZ세대는 왜 그림을 사는 것일까? 한켠에서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결혼을 마다하고,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주식과 코인 투자에 몰두하다가 피해를 입은 MZ세대가 소개되고 있다. 미술은 현실적 문제를 잊기 위한 욜로(YOLO) 소비일까? 아니면 MZ세대 안에서도 구매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일까? 만약 전자라면 MZ세대 유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하고, 만약 후자라면 한정된 구매계층이라는 전통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둘째,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의 상대적 소외감이다. 이번 아트페어에선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가 공동개최됐는데, 키아프 행사장은 프리즈만큼 북적이지는 않았다. 북적여야만 아트페어가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재주는 키아프가 넘고, 돈은 프리즈가 벌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키아프도 프리즈 서울 덕을 보면서 예년보다 매출을 늘렸고, 외국 갤러리들의 내년 키아프 입점 문의가 빗발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키아프는 프리즈에 힘입어 함께 흥행도 하고 시장도 커지길 바랬을 것이다. 절반의 성공을 두고 아쉬움을 표현하는 것이라 본다. 그래도 실리는 챙겼다니 다행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키아프가 더 흥행할 수 있을까? 정답은 정해져 있다. 해외에서도 통하는 작품, 그 이전에 해외에서 통하는 작가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구조를 세워야 한다. 이번에 신진 작가를 중심으로 꾸린 '키아프 플러스'는 좋은 시도였다. 하지만 주 행사장인 코엑스와는 동떨어진 세텍(SETEC)에 행사장을 마련하는 바람에, 관심이 분산된 측면이 아쉽다.
 
앞으로 다가올 미술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할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 우선 이번 프리즈 서울 개최를 계기로 외국 갤러리 한국지점 진출이 시작되고 있다. 외국 갤러리가 오면 관련 일자리가 늘어나고 많은 작가들이 알려지는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이 찾는 매력적인 거리가 조성되고, 도시의 문화 수준을 높여 관광 수요를 유발한다. 경제적 외부효과라고 표현해도 좋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지원책과 관리책을 강구해야 한다. 민간에서도 상업시설이나 주거시설에 갤러리를 도입하거나, 갤러리 겸업사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
 
둘째, 프리즈 서울에서 NFT(대체불가능토큰) 아트가 보여준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아트 페어 행사장에는 기술박람회에서나 볼 수 있는 LG전자 부스가 마련됐다. 전자 제품 홍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NFT 작품 시연, 거래 플랫폼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도 NFT에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이 있다. 한때 투기대상으로 취급됐다가, 관심이 식은 NFT 아트이지만, 대기업에서 NFT 기술의 가치를 알아보고 새로운 먹거리로 검토하고 있다. 이에 부응해 인천국제공항은 청사 내 NFT 전시를 주관하고, 수장고 사업과 NFT 사업을 연계하고 있는 모습인데, 공적 영역의 시의적절한 리드가 느껴진다.
 
우리나라는 이제 클래식, K팝, 무용, 드라마, 영화, 문학 등 모든 영역에서 세계를 향해 압도적인 문화예술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남은 건 미술시장이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프리즈 서울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 같다. 여기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마지막 퍼즐이 완성될지 판명나는 중요한 지점이다.
 
권민 미술전문 세무사(MK@mktax.co.kr)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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