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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K-메타버스로 글로벌 시장 선점한다"
'독도버스' 만든 핑거 박민수 대표 "금융 메타버스, 새로운 금융의 탄생"
"P2E 규제 완화되면 진정한 경제 생태계 꾸릴 수 있어"
현실 몰입감 높이기 주력…다른 플랫폼과 연계한 '메가버스'도 구축
2022-08-25 06:00:00 2022-08-25 06: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요즘은 케이(K)만 붙으면 무조건 글로벌 최고가 된다. K-메타버스도 충분히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 그 중심에 '독도버스'가 있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난 박민수 핑거 대표는 자체 구축한 금융 메타버스 플랫폼 '독도버스'에서 국내 메타버스 산업의 성공 가능성을 엿봤다며 이 같이 말했다. 더 샌드박스, 디센트럴랜드 등 해외 플랫폼보다 훨씬 우수한 플랫폼이 국내에서도 탄생할 수 있는 여력이 분명하며, 독도버스가 이를 이끌겠다는 포부다. 
 
박민수 핑거 대표. (사진=핑거)
 
독도버스는 핑거(163730)와 NH농협은행이 함께 만든 독도 배경의 가상 세계로, 광복절이었던 지난 15일 정식 출시됐다. 이용자들은 3D로 구현된 가상공간 속 독도에서 나만의 캐릭터를 생성해 일일 퀘스트 수행, 쓰레기·공병 줍기, 낚시하기 등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오픈 당일인 15일 오후 2시에는 독도버스 내 중앙 광장에서 '대한독립만세' 외치기 이벤트가 진행됐다. 핑거에 따르면 만세 이벤트에 참여한 이용자 수는 약 6000명으로, 순간 동시 접속자 수는 1만5000명에 달했다. 
 
지난 15일 독도버스에서는 '대한독립만세' 외치기 이벤트가 진행됐다. (사진=핑거)
 
박 대표는 독도버스의 광복절 이벤트를 지켜보면서 메타버스 생태계의 확장에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 정점을 찍었던 메타버스 열기가 한 풀 꺾인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여전히 메타버스는 나아가야 할 방향임이 확실하다는 믿음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독도버스에 대해서 스스로도 굉장히 궁금하고 노심초사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막상 독도버스 내에 형성된 커뮤니티의 충성도를 경험하니 발전 가능성에 의심의 여지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강력하게 발을 내딛어도 되겠다는 자신이 생겼다"며 "NH를 비롯한 파트너들과 여러 자원의 투입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의 메타버스 붐 이후로 국내에서도 이프랜드(SK텔레콤), 싸이타운(싸이월드제트), 세컨블록(두나무), 컴투버스(컴투스) 등 각종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들과의 차별점을 묻는 질문에 박 대표는 "독도버스는 가상세계 안에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NH와 함께 독도버스를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넥스트 뱅크는 디지털을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디지털 금융에서는 계좌가 아닌 월렛(가상자산 지갑)이 중심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고 새로운 금융 시스템이 기존 은행과 대립각을 세울 필요는 없다"며 "현재 은행의 지위나 역할이 축소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또 다른 금융의 영역이 생기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은행, 증권사 등 기존 금융권이 가상자산 지갑, 커스터디, STO 등에 대해 스터디를 시작했고, 내부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기술·솔루션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새 영역에 진입하기 위해 핑거와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는 구도를 형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메타버스는 아직 태동 단계에 불과하지만 파급력은 기존의 것들과 완전히 다를 것"이라며 "금융을 이식한다기보다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금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 메타버스"라고 거듭 강조했다. "독도버스는 그 주도력을 가져가기 위한 일들을 착실히 실행하고 있다"고도 그는 긍정했다. 
 
박 대표는 독도버스가 진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소위 '플레이투언(P2E)'라 불리는 가상자산의 현금화에 대한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했다. 현재 독도버스 안에 개설된 NH농협은행 독도지점에서는 독도버스의 가상재화인 '도스(DOS)'의 예치(스테이킹)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보유 중인 도스를 맡기면 이자와 함께 다양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금융 상품이다. 
 
박 대표는 "스테이킹 서비스는 지금 당장도 진행할 수 있다"며 "다만 이 자산들을 현금화하는 데 제도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세탁 등의 이슈 때문에 막아두고 있는 건데, 투명성만 보장이 된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만보기 앱을 활용해 걸음 수에 따라 쌀과 교환해주는 사례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제 첫 발걸음을 뗀 독도버스는 이용자들에게 몰입감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고등어·오징어 생물 배송 이벤트'도 그 일환이다. 독도버스 내에서 낚시 게임을 통해 잡은 고등어와 오징어를 인증하면,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생물 고등어와 오징어를 자택으로 보내주는 식이다. 
 
독도버스의 나루터에서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모델도 구상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과의 연결까지도 추진한다. 박 대표는 "각각의 월드가 나름의 철학과 세계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며 "국가 간에 환율이 존재하듯 그런 체계를 차용하면 플랫폼 간의 거래도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 나아가서는 독도버스의 성공 모델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꾀한다. 독도버스의 콘텐츠들은 섬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나 현지의 특성에 따라 얼마든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독도버스의 사례를 패키지로 만들어 이식할 수 있다"며 "인도네시아, 일본 등지에서 시장성을 탐색 중"이라고 전했다. 독도버스를 K-메타버스의 첨병으로 삼아 전세계에서 메타버스의 연합체인 '메가버스'를 만들겠단 포부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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