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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고환율·포트폴리오'가 라면3사 실적 갈랐다
오뚜기·삼양식품 '함박웃음'…농심은 씁쓸
3분기 실적 개선 전망…고환율 여전히 부담
2022-08-22 17:00:00 2022-08-22 17:20:59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2분기 성적표를 받은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등 국내 주요 라면 3사의 표정이 엇갈렸다. 가파르게 상승한 원·달러 환율과 사업 포트폴리오가 이들의 실적을 가른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농심(004370)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75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5.5% 급감했다. 농심의 해외법인을 제외하고 국내법인 실적만 살펴보면 농심은 3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농심이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건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이다.
 
이어 오뚜기(007310)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8% 증가한 7893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 역시 31.8% 늘어난 477억원으로 나타났다.
 
삼양식품(003230)도 호실적을 거뒀다. 삼양식품의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2553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2% 급증한 273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삼양식품이 농심을 앞지른 셈이다.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1위인 농심의 영업이익이 급감한 반면 오뚜기와 삼양식품이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원·달러 환율과 사업 포트폴리오에 있다. 오뚜기는 라면뿐만 아니라 유지류, 양념소스류, 건조식품류 등 다양한 상품군을 판매하고 있다.
 
오뚜기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면 제품류의 매출 비중은 전체 상품군 매출의 25.5% 수준이다. 이는 라면 매출 비중이 전체의 매출의 79% 수준인 농심과 차이가 있다. 원부자재 값이 올라 라면의 수익성이 떨어질 경우 사업 구조상 오뚜기보다 농심이 받는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유지류, 간편식 등 주요 제품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증가해 2분기 실적을 견인했다는 오뚜기의 설명 역시 이와 맥이 같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라면 코너에 진열된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와 함께 최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삼양식품과 농심의 희비를 갈랐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 후반에서 1200원대 초반에 머물렀으나 2분기 1200원대 후반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70%에 달하는 삼양식품은 고환율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실제로 삼양식품에 따르면 2분기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 증가한 1833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 수출 실적을 갱신했다.
 
이 같은 실적을 견인한 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다. 삼양식품은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고 5월에는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의 K-팝 페스티벌에도 참여하는 등 해외 현지 마케팅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해외에서 불닭볶음면 인기가 큰 만큼 올해 수출 4억 달러를 달성할 것이라는 게 삼양식품의 전망이다.
 
반면 전세계에 신라면 등을 판매하고 있는 농심은 고환율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국내에서 라면을 만들어 수출하는 삼양식품과 달리 미국, 중국 등 현지에 공장을 두고 라면을 생산한 탓이다. 농심이 국내에서 라면을 생산해 수출하는 비율은 약 10%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농심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는 고환율은 농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3분기도 (농심의)원가 부담은 여전히 상존하나 수출·해외법인 판가 조정, 광고판촉비 효율화를 통해 방어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더불어, 팜유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정점을 통과한 만큼 하반기 갈수록 직전 분기 대비 손익 개선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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