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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성희롱' 검찰 공무원, 검찰총장 상대 소송 끝 패소확정
직장내 성희롱 15건·갑질 17건…공용물 사적 사용도
"피해자 특정 안 돼 방어권 침해" 주장
대법 "정황 종합해 알 수 있다면 문제 안돼"
2022-08-07 09:01:00 2022-08-07 09:01:00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여성동료를 상습적으로 성희롱하고 후배들에게 갑질을 일삼다가 해임된 검찰공무원이 검찰총장을 상대로 대법원까지 송사를 벌였으나 결국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공무원법의 품위유지의무 위반 혐의로 해임처분을 받은 A씨가 처분을 취소하라며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는 징계혐의인 성비위행위와 관련한 피해자 정보가 징계절차상에서 일부 공개되지 않은 경우, 징계대상자의 방어권을 침해한 것이고 그것이 원인이 돼 징계절차 자체가 무효인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성비위행위의 경우 각 행위가 이뤄진 상황에 따라 그 행위의 의미와 피해자가 느끼는 수치심 등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징계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각 행위의 일시·장소·상대방·행위유형 및 구체적 상황이 다른 행위들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각 징계혐의 사실이 서로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 있고, 징계대상자가 징계사유의 구체적인 내용과 피해자를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징계대상자에게 피해자의 '실명' 등 구체적인 인적사항이 공개되지 않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징계대상자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지장이 초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특히 성희롱 피해자의 경우 2차 피해 등의 우려가 있어 실명 등 구체적 인적사항 공개에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법원에 따르면, 검찰공무원 A씨는 2018년 제주지검 재무팀 회식 자리에서 "요즘 B 수사관이 나를 좋아해서 저렇게 꾸미고 온다"며 성희롱 발언을 했다. "(내 허벅지)한번 만져봐라"강요하는가 하면, 회식 후 택시를 기다리는 A씨의 허리를 기습적으로 껴안기도 했다. 또 같은 해 여러 직원이 있던 사건과 사무실에서 "C 선배 옷 입은 것 봐라. 나한테 잘 보이려고 꾸미고 온 것"이라고 하는 등 여러 여성동료를 언어와 신체접촉을 통해 성희롱 했다.
 
대검찰청 보통징계위원회는 2019년 4월 18일 A씨가 국가공무원법 63조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해임의 징계를 의결했고 A씨는 같은 해 5월 1일 해임 처분됐다. 33건의 비위사실 중 15건이 직장 내 성희롱, 17건이 갑질 등 품위유지의무 위반이었다.
 
이에 A씨는 "처분의 혐의사실 중 일부는 과장·왜곡된 사실관계에 기초하거나 대화의 맥락을 무시한 채 일부 발언만을 부각했다. 따라서 징계사유로 인정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이 공황장애와 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성희롱 관련 혐의사실의 언행을 한 기초적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하는 만큼 해임의 징계는 징계기준에서 정한 양정에 부합하는 조치"라며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직장 내 복무 질서의 유지, 공직기강의 확립 등 이익과 필요성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으므로 징계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제출한 진술서 등 관계 서류에 피해자의 실명이 지워져 있거나 영문자로 대체되어 기재되어 있는 등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A씨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으로 지장이 초래되어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찰총장이 상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성비위 관련 징계절차에서 피해자 보호와  피고인의 방어권이 충돌하는 사안에서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지장이 초래됐는지 판단하는데 있어 피해자의 2차 피해 등 방지를 고려해 통상의 경우보다 좀 더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 점에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하급심에서 이 판결이 동종 유사 사건에 관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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