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시론)메타버스 규제의 경제학
2022-08-04 06:00:00 2022-08-04 06:00:00
팬데믹 시대를 겪으면서 디지털 경제가 갑자기 성장했고,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여기저기서 사용됐다. 로블록스나 페이스북 메타 등의 주가가 오르면서 메타버스는 산업계 전반의 대세인 것처럼 많은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빠른 성장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법적 정의나 적용 제도가 명확하지 않아 불법 활동이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증폭되었다. 메타버스 특성 상,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올해 초 NH농협은행은 '독도버스'라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출시했다. 가상의 독도에서 쓰레기 줍기 등의 미션을 수행하면 이용자들은 가상 재화 '도스(DOS)'를 얻을 수 있다. 당초에는 사용자들이 도스를 벌어 현금화할 수 있도록 P2E(Play to Earn) 게임과 같이 디자인 됐다. 그러나 사행성이나 게임법 적용으로 인한 게임물 등급심사 문제가 제기되면서 P2E 기능을 제거했다.
 
그런데 독도버스에서 P2E 기능이 없다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를 플랫폼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자면 비즈니스 경계 파괴, 산업 영역의 확장, 네트워크 효과 등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메타버스 관련 서비스의 경계가 파괴되고 있다. 이는 플랫폼 기업들의 행태와 매우 유사한데, 플랫폼들이 어느 정도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면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한다. 예를 들어, 쿠팡은 쿠폰 판매를 통해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전환한 후에 디지털 콘텐츠, 금융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회사인 컴투스의 컴투버스에서도 사용자들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외에도 금융, 쇼핑,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확장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융합 서비스에 게임법 적용 범위를 어떻게 정하는데 편익, 원가 경제적 분석이 필요하다.
 
둘째, 생태계 기반이 다져져야 메타버스 산업이 확장된다. 플랫폼 기업들은 공급자, 수요자, 인플루언서, 광고주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메타버스는 현재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개발사 중심으로 성장 중이다. 메타버스의 지속적인 성장이 이뤄지려면 비즈니스 모델의 정립을 통해 다양한 주체들의 수익을 확보해주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P2E와 같은 사용자 수준에서 매출을 창출하고 사용자들을 지속적으로 참여할 유인이 안정적으로 디자인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초기부터 강력한 법적 규제 적용은 생태계 구성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셋째, 메타버스에서도 플랫폼과 같이 네트워크 효과가 존재한다. 플랫폼에서 네트워크 효과란 공급자와 수요자가 플랫폼에 많이 참여할수록 거래 및 운영단가가 크게 낮아지는 것이다. 또한 참여자들 간에 상호작용이 활성화되어 그 효용이 증가하게 된다. 예를 들어, 네이버 쇼핑에 참여하는 공급자 또는 수요자 중 어느 한쪽이 증가하면 다른 측 참여자의 효용을 기하급수적으로 증대시켜 사용자 수가 증가하게 된다. 메타버스에서도 초기에 네트워크 효과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섣부른 규제는 사업을 영위하는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다 .
 
메타버스 분야의 전문가 메튜 볼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메타버스 비즈니스의 핵심요소로서 지속성, 동시성, 상업성을 들고 있다. 메타버스는 재설정되거나 종료되지 않고 무한정으로 지속가능하며, 사용자에게 동시적으로 존재감을 제공하고, 타인이 인정하는 가치를 상업적으로 창출, 소유, 투자, 판매, 보상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타버스의 활용은 가상세계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새로운 기회의 창출로 연결된다. 메타버스 유튜버, 인플루언서, 아바타 의상 및 아이템 디자이너, 메타버스 건축가, 메타버스 게임 개발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전통적인 놀이공원을 만들던 디즈니도 테마파크 메타버스를 구축하고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들도 스타들의 글로벌 팬 서비스와 시장 공략을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한다.
 
이런 다양한 관점들을 종합해 볼 때, 메타버스에 기존 게임법을 적용하여 게임등급심사를 받게 하는 것은 산업 전반의 큰 그림을 보지 않은 섣부른 규제 적용이라 할 수 있다. 사행성 관리도 중요하겠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실험을 통한 산업 발전이란 측면에서 충분한 경제성 분석이 이뤄져야 하겠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벤처창업학회 회장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