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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첫 방일서 '빈손 귀국'…한일 현안 진전 없었다
일, 강제징용 등에 '소극적 반응'…수출규제·정상회담에도 확답 없어
정부 '선 해결책 제시' 없이 일 움직이지 않을 듯…'대화 물꼬 텄다' 의미만
2022-07-20 15:52:32 2022-07-20 15:52:32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9일 일본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예방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뉴시스 사진)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공식 방문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에 이어 기시다 후미오 총리 등을 만났음에도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등 한일 간 현안에 대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이번 방일의 성과로 예상됐던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나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서도 일본으로부터 확답을 받아내지 못하면서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다음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박 장관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20일 2박3일 간의 방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는 지난 18일 하야시 외무상과 만나 한일외교장관회담을 가진데 이어 전날에는 기시다 총리를 예방했다. 기시다 총리 외에도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 등 일본 정계 핵심 관계자들과 만났다.
 
박 장관은 이날 귀국 전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 언론사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방문을 통해서 일본 측도 우리 정부 노력에 성의있게 호응할 용의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한일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양국 정부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이번 일본 방문에 대해 평가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4년 7개월 만에 한일 외교장관 양자 공식 회담이 성사된 것 자체가 일본 측의 진지한 대응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것은 한일 관계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봐도 좋다"고 강조했다.
 
이번 박 장관의 일본 방문은 4년 7개월 만에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4년 만에 정부 외교부 장관이 일본 총리를 만나며 양국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양국의 각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다. 박 장관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냈지만 일본 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지난 18일 일본 도쿄 소재 외무성 이쿠라 공관에서 만나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뉴시스 사진)
 
전문가들도 일본 정부의 소극적 반응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외교적으로 어떤 성과가 있었다고 확인할 수 없다.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이번에도 일본 측에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하야시 외무상은 듣기만 했고, 기시다 총리도 더 노력해달라는 요청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시다 총리가 박진 장관과 면담 후에 기자회견을 간단히 했는데 40초로 끝났다. (박 장관이 아베 신조 전 총리에)조의를 표하러 왔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감사하다는 이야기만 했다"며 일본 정부가 박 장관의 일본 방문을 사실상 조문 외교의 성격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아쉬운 점은 일본 측의 반응"이라며 "이도저도 아닌 반응들이 나와서 이 부분은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각각의 한일 현안에 대해 관망하고 있는데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해법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방일로 기대를 모았던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와 한일 정상회담 개최 등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한일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의 해소'를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선제적 해결책 제시 없이는 일본이 선뜻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는 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 내 일본 기업의 자산을 현금화해선 안 된다는 인식만 공유한 상황이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은)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더 확대해 과거에 있었던 초계기 문제에 대해서 재발방지책을 내놔라, 그리고 독도에서 해안조사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나와 있는 현안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이상 한일 정상회담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박진 장관의 일본 방문으로 한일관계 개선의 첫 물꼬를 텄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서 대화를 했다는 데 의의를 둔다"며 "지금은 불신이 쌓여있어서 한꺼번에 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번 방일은 앞으로 (한일 외교의)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에 성과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은미 연구위원도 "4년 7개월만에 외교장관 회담이 이뤄진 것만으로 관계 개선을 위한 시작이라는 부분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양측 간에 고위급 협의라는 부분을 계속 해나가겠다는 것은 이번 정부 들어서면서 계속 이야기했던 부분이고 그런 부분들이 지켜지고 있다는 부분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19일 일본 도쿄 한 호텔에서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과 만나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뉴시스 사진)
 
다만 이후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날 경우, 박 장관의 부담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최 연구위원은 "이제 첫 번째 (방일)까지는 괜찮은데 두 번, 세 번째 갈수록 양측 간에 부담은 많이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며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한다고 할 때 어느 정도 진전을 보여야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박진 장관에게)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일본 내 극우파 입지가 강화되면서 향후 한일관계 개선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호사카 교수는 "현재 기시다 정권은 아베 쪽의 극우파 눈치를 보느라 앞에서 계속 해왔던 노선을 쉽게 바꿀 수 없다"며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섣불리 한일관계가 개선된다는 기대는 아직 할 수가 없다. 지금은 아베 노선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진단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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