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컬리 장외서 가치 폭락…"유니콘 평가 이전같지 않네"
새벽배송 1호 기업 컬리, IPO 심사결과 오리무중
조단위 밸류 받을 만한가 의구심 커져…싸늘해진 투심
2022-06-29 06:00:00 2022-06-29 06: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신선식품 온라인 유통업체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가 장외시장에서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상장 심사 결과가 여전히 오리무중인 데다 최근 주식시장의 상황도 녹록치 않으면서 유니콘 기업에 대한 기업가치(Valuation)도 싸늘해지는 모양새다.
 
29일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최근 컬리의 장외 시장에서의 기업가치는 약 1조9000억원대로 평가받고 있다. 시리즈F 투자유치를 받던 시기엔 기업가치를 약 2조5000억원으로 평가받았고, Pre-IPO에선 약 4조원 가치를 받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난 상황이다.
 
이는 컬리의 상장심사 결과가 늦어지고 있는 데다 고평가 논란이 나오자 장외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컬리는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청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3월28일 심사청구를 제출한 지 3개월이 지나서다. 원칙적으로 상장 심사는 한국거래소 규정인 45영업일을 넘기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컬리가 거래소의 상장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김슬아 대표. 사진=뉴시스
컬리의 상장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각종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김슬아 컬리 대표의 경영 안정성을 위한 우호지분 확보에도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컬리의 현재 지분 상황을 고려해 약 20%의 우호지분을 확보해오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 지분의 과반수 이상은 중국·러시아·미국 등 외국계 벤처캐피탈(VC)들이 보유하고 있다. 또한, 락업(보호예수해제) 기간을 최소 18개월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컬리의 지분은 세부적으로 △Sequoia Capital China 12.87% △Hillhouse Capital 11.89% △DST Global 10.17% △Aspex Capital 8.48% △Euler Capital 6.73% △김슬아 대표 5.75%씩 가지고 있다.
 
VC 업계 관계자는 “김슬아 대표의 지분이 낮은 데다 FI(재무적투자자)들이 공동 보유 계약을 통해 엑시트에 대한 니즈도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락업을 걸어야 한다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치에 대한 논란도 IPO 심사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상장 심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국거래소도 결국 시장에 기업을 공개할 때의 밸류에이션을 고려를 안 할 수가 없다”면서 “마켓컬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과연 혁신이라 할 수 있을지, 지속 가능한 모델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쿠팡 덕에 주목을 받긴 했지만 컬리는 쿠팡과 달리 신선식품이라는 한정된 모델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야말로 조단위의 밸류에이션을 받을 만한 기업이냐 라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폭락하면서 이전에는 인정되던 밸류가 지금은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라면서 “지금은 그만한 가치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는 “작년 IPO 호황기에 높은 밸류를 받아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가치가 폭락한 상황”이라며 “한국거래소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심사숙고해야 하는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컬리의 상장심사 결과에 대해선 승인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유니콘 기업 특례 요건’을 적용하는 만큼 컬리를 ‘미승인’ 결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유니콘 기업 특례 요건은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인 기업이 상장 적격성을 인정받으면 적자가 나더라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허용해주는 제도다.
 
IB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컬리에 대한 심사결과를 미승인을 내릴 경우 유니콘 기업 특례 요건을 만든 것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쿠팡이 미국에 상장한 이후 유니콘 기업을 한국 시장에 상장하도록 애를 쓰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상장심사에선 승인이 날 확률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컬리는 2014년말에 설립된 신선식품 온라인 유통업체다. ‘샛별배송’으로 불리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컬리가 선보인 새벽배송 서비스는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을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이전에 배송하는 서비스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