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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유명무실 논란에 검수완박까지…고위공직자 수사 어쩌나
공수처 수사인력 확대 난망…검찰은 수사권 제한
경찰에 사건 집중…조사 지연·연기 사례 늘어
'살아있는 권력 수사' 땐 정치적 외풍 부담도
“수사 공백 우려 심각…검수완박 백지가 최선”
2022-05-19 06:00:00 2022-05-19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고위공직자들의 각종 비위·범죄 수사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기대만큼 제기능을 못하는 상황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업무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고위공직자 수사까지 떠맡게 되면서, 관련 범죄에 대응할 국가적 역량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8일 법조계에서는 검수완박 입법으로 인해 경찰의 사건 처리 부담이 늘어나면서,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환경이 나빠질 것이라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나오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대폭 줄였다. 기존에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가 대상이었다. 그러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오는 9월10일부터는 부패·경제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요 범죄로 제한된다. 내달 지방선거를 고려해, 선거범죄 직접수사권은 올해 12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지된다. 이에 따라 적어도 중대범죄수사청이 설치되기 전까지는 경찰이 나머지 사건을 떠안는다.
 
고위공직자 범죄를 담당하는 공수처가 사건을 분담하기도 여의치 않다. 수사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계속돼 수사기관으로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데다. 공수처 인력이 많지 않아 부담할 수 있는 사건 숫자도 제한적이다. 공수처 스스로도 이 같은 한계를 인정해 국회에 공수처법을 보완해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공수처가 개선되지 않는 한 경찰이 공직자 수사의 대부분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로서는 권한이 많아지면서 동시에 업무도 늘어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당장 공수처를 폐지하겠다는 말은 안 했지만 고위공직자 수사권을 검·경에게도 부여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공수처로서는 수사인력 확대 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공직자들의 비위·범죄 수사는 곳곳에서 공백이 감지되고 있다. 당장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사건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달 6일부터 17일까지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1155명 중 73.5%가 경찰 수사가 지연되는 사례를 직접 겪었다고 답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 지연이 심각하다고 보는 응답자도 66.1%를 차지했다. 72.5%는 경찰의 수사 역량 부족이 수사 지연의 주요 원인이라고 답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업무를 하면서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경찰이 조사하는 사건이 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경찰 한군데로 사건이 더 집중되면 공직자 수사에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살아있는 권력을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정권 시절이던 2020년 말 경찰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공소권 없음’으로 내사 종결했다. 경찰은 같은 해 7월 박 전 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탓에 사실관계 확인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박 전 시장의 언동이 성희롱이라는 직권조사 결과를 내놓았고, 경찰은 수사의지가 없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전 정권에서 법무부 차관을 지낸 이용구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서도 경찰은 ‘봐주기 수사’ 의혹을 샀다. 경찰은 이 전 차관이 택시기사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단순폭행 혐의를 적용해 입건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이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기소할 수 있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고, 당시 폭행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일부 확인하고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권력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사건 당시 변호사였던 이 전 차관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상황이었다.
 
이에 경찰에만 고위공직자 수사를 맡겨선 안된다며, 검찰청법을 보완할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찰에 수사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로 넘어가는 4대 범죄는 사건 하나하나가 굵직한 분야”라며 “특히 공직자 수사는 정치적 외풍을 배제할 수 없어 경찰에만 맡기면 수사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협의를 거쳐 검수완박 법안을 백지화하는 게 좋지만, 이 같은 방안이 어려울 경우 검찰이 경찰 수사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안내실 입구 전광판에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혜택은 국민에게!’라는 문구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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