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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5·18정신'을 헌법에 포함한다는 것의 의미는
문 정부때 추진 됐지만 당시 보수 야당 반대로 무산
법학자들 '5·18정신' 헌법 수록 두고 의견 엇갈려
5·18 시민사회단체들은 "5·18 폄훼 멈출것" 기대
2022-05-18 06:00:00 2022-05-18 08:58:21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국민의힘이 18일 광주에서 열리는 5·18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소속 의원 전원 참석을 추진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여당도 그간 일부 의원들이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망언을 쏟아내고, 문재인 정부 당시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을 반대해왔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달라진 기류에 맞춰 5·18시민사회단체에서도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5·18정신이 헌법에 수록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문 정부 때 여야 간 헌법 수록 문제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지만 이번에 윤 대통령이 나서고 있어 의견이 모일 것 같다”며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이 반영되는 것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이종 5·18부상자회 회장은 “그간 5·18 민주화운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폄훼하는 일도 있었지만, 헌법에 수록되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고 이 같은 일이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수부대 계엄군이 1980년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 시민군 진압 작전을 마치고 도청 앞에 집결하고 있다. 박태홍 뉴시스 편집위원이 1980년 당시 한국일보 사진기자로 재직 중 5·18 광주 참상을 취재하며 기록한 사진을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에 즈음해 최초로 공개한다. (사진=뉴시스·한국일보 제공)
 
5·18 민주화운동은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민주화 운동의 큰 획으로 평가받는다. 전두환 정부의 공수부대 진압에 맞서 민주화 투쟁에 나선 수많은 시민들이 희생당한 이 사건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국제적으로도 1980년대 이후 동아시아 국가들의 민주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줘 2011년 5월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들이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됐다.
 
5·18 정신이 곧 민주주의 
 
이 때문에 5·18정신은 곧 ‘민주주의 정신’으로 여겨진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18정신을 “자유민주주의 정신”이라고 칭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지난 2020년 “부당한 권력에 맞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항거한 정신”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개헌을 통해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추진했지만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당시 보수 성향 야당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다만, 5·18민주화운동의 의의와 별개로 헌법에 수록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헌법 기능상 맞지 않은 것은 물론 국제적으로 역사적 사건을 일일이 헌법에 나열한 사례가 드물다는 것이다.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오히려 국민 분열을 일으킬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3·1 운동이나 4·19 혁명은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5·18 민주화운동은 반세기도 지나지 않은 사건”이라며 “5·18민주화운동을 헌법에 넣지 않으면 5·18운동 자체를 폄훼하는 것처럼 평가하는데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헌법은 국가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기본적 방향을 설계하고 큰 틀을 짜는 것이다. 헌법 전문의 성격과 기능에 대한 온당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찬성 쪽에서는 헌법이 국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가치가 되는 만큼 5·18정신을 수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5·18민주화운동은 명백한 사실이다. 500년, 1000년이 지나야만 그 의미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어떤 역사적 사건을 넣을지는 국민들이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헌법은 국민의 정신이나 마찬가지다. 헌법 전문은 우리가 바라는 나라를 표현하는 것이다. 5·18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제42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한 이정연 열사의 어머니가 열사의 묘소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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