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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역사왜곡' 교과서 파문…윤 당선인, '한일관계 개선' 시험대
주한일본대사 만난지 하루만에 일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 통과
오염수·사도광산 등 연이은 악재 예정…당분간 냉각기 '불가피'
일본 태도 변화없이 한계…"한일관계, 드라마틱한 변화 어렵다"
2022-03-30 15:53:40 2022-03-30 15:53:40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접견실에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일본의 과거사를 왜곡한 역사교과서 파문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가 무색해졌다. 특히 윤 당선인이 지난 28일 주한일본대사와 만나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를 언급한 터라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로서는 한일관계 개선은 고사하고, 추가 상황 악화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윤 당선인의 대일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윤 당선인 측 김은혜 대변인은 30일 일본의 역사왜곡 고교 교과서 검정 통과와 관련해 "아직 당선인 입장이라 개별적 외교 사안에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윤 당선인 측이 지난 2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당시 인수위 명의의 입장문을 발표한 것과는 다른 반응이다. 이는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일본과 마찰을 빚지 않겠다는 윤 당선인 측의 의도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김대중·오부치 선언 2.0 시대 청사진 제시'와 '한일 정상 셔틀외교 복원'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관계 개선 의지를 희망해왔다는 점에서 일본의 이번 역사왜곡 교과서 파문은 상당한 악재로 평가된다. 특히 전날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 통과는 윤 당선인이 지난 28일 아이보시 주일대사를 만나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의 중요성과 양측의 노력을 강조한지 단 하루만에 진행됐다.
 
30일 서울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동북아역사재단,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주최로 2022년도 일본 고교 검정교과서 내용 분석 전문가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이 이번 교과서 검정에서 일본군 위안부와 조선인 강제징용, 독도 등 민감한 사안을 대거 자극하면서 양국 관계는 한동안 냉각기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 등 한일관계가 악화될만한 연이은 악재가 예정돼 있다. 또 일본은 7월에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민심 결집용으로 한일 간의 민감한 현안을 계속해서 띄울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악화일로의 한일관계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과거사 문제는 국민 정서상 양보와 타협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윤 당선인이 이를 해결하지 않고 다른 협력으로 이어가기에 국정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과거사 문제를 뒤로 한 채 한일관계 개선에 방점을 두고 대일 외교에 나선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당장 민주당은 윤 당선인에게 역사왜곡 고교 교과서 검정 통과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주문하고 있다. 홍영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 당선인과 인수위는 일본 정부에 교과서 시정을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일본의 역사왜곡에 유감을 표하며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허은아 의원은 논평을 통해 "역사 왜곡을 멈추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것을 일본 정부에 촉구하며 역사를 왜곡하는 교과서를 즉각 철회하고 반성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제1537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일본과의 갈등 현안이 얼마나 부각되느냐에 따라 한일관계 개선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한일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역사 교과서 문제라든지 계속해서 (한일 간) 갈등 현안들이 있기 때문에 아주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는 여러 제약 요인이 많이 있어서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의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일본의 행보에 정부의 대응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태도 변화 없이는 정부의 의지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내보였음에도 일본의 도발에 국내 여론이 들끓어 양국의 관계 개선이 번번이 좌초된 바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하고 관계를 개선하려고 할 때 국내에서 징용 관련 피해자그룹이라든지,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의 반대 내지 저항이 있을 것"이라며 "그것을 잘 극복하는 것이 이 정부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대일관계를 개선해 나가야 되면서도 국내 대일 여론을 어떻게 아우르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피해자들을 잘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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