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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5년마다 짐 싸는 어느 공무원의 한탄
2022-03-23 06:01:00 2022-03-23 06:01:00
"평소에는 부처 업무에 크게 관심도 안갖다가 왜 매번 정권 교체기만 되면 쥐고 흔드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납득이 되지 않네요."
 
차기 정부에서 조직 개편이 예상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한 공무원의 한탄이다.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교육부의 신설이 거론되면서 10년만에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분야가 쪼개질 위기에 처했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약 열흘만에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인수위원회가 꾸려졌다. 24명의 인수위원이 인선됐고 각 부처에서도 전문위원과 실무위원을 파견했다. 
 
인수위 구성의 면면을 두고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 어떻게 실현될지 관심이 높은 가운데 공무원들은 자신이 속한 부처가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중 한 곳이 과기정통부다. 정보통신기술(ICT)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지표로 주목받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특히 더 많은 외풍에 시달렸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과학기술부가 부총리급 부처로 승격됐지만 MB정부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해 장관급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로 재탄생됐다. 체신부의 후신인 정보통신부는 이때에 대통령 직속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로 개편됐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출범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업무를 다시 한 데 모았다. 그러면서 방통위도 존속시켜 미래부와 방통위의 애매한 관계도 지속됐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시 과학기술 분야를 떼내 교육과 합치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ICT 분야는 디지털혁신부를 신설해 디지털플랫폼·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유망 산업들과 함께 다루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정부업무평가에서 과기정통부는 8년 연속 종합 A등급을 획득했다. 장관급 기관 중에서 전 부문 A등급을 받은 곳은 과기정통부가 유일하다.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선정된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시스템 개선 구축'을 비롯해 코로나19 극복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점이 인정됐다. 또한 국가 필수전략기술 육성 등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노력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10년동안 누적된 역량이 빛을 발한 결과다. 
 
"여러 차례 (조직개편을) 겪어보며 느낀 것은 이렇게 한 번 흔들어버리면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 속에 숨겨진 축적된 지식들이 순식간에 흩어집니다. 그러면 이후 1~2년간은 정말 일하기 힘들어져요." 5년마다 짐을 싸는 이 공무원의 토로가 예사로 들리지는 않는다. 
 
김진양 중기IT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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