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안 팔아요, 집값 오를텐데"…강남·서초 심상찮다
매물 절반이 '일단 대기'…집주인들 "집값 더 오를 것"
"이 가격 아니예요"…며칠만에 호가 1~2억 '쑥'
윤 정부 규제완화 예고에…재건축 시장도 '들썩'
2022-03-18 07:00:00 2022-03-18 07:00:00
서울 서초구 잠원동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김성은 기자)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어제 신축 아파트 매수자가 답사하기로 했는데 취소됐어요. 집주인이 지금 매도하고 싶지 않다고 하네요. 문의는 많은데 집주인들이 안 팔아요"
 
강남 일대 아파트 시장은 집값 상승기가 다시 온다는 기대감에 휩싸였다. 조만간 정권이 바뀌고 부동산 규제가 풀어지면 집값이 한번 더 뛸 것이라는 예상에 매도자들은 매물을 거두고, 호가를 올리고 있다.
 
지난 17일 찾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과 서초구 반포 일대 부동산에서는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어떤 매물이 나와있느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은 '보류 매물'이라고 했다. 매도인이 집을 팔겠다고 부동산에 내놨지만 시세를 보면서 매도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아니면 호가를 크게 올렸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32평 아파트가 5000만원 떨어져 30억원에 나왔는데 지금은 이 가격이 아니다"며 "여기서 1~2억원은 더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압구정은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한강변에 줄지어 있는 곳이다.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는 매물을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중개사는 "압구정2구역인 신현대9·11·12차의 경우 매물도 잘 나오지 않고 지난해 이후로 거래도 없다"고 덧붙였다.
 
차기 윤석열 정부가 용적률 상향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선 등을 통한 재건축 활성화를 공언했고, 최근 서울시가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높이 기준을 제한하는 '35층 룰'을 폐지하면서 재건축 시장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은 발빠르게 최고 49층 높이의 정비계획안을 내놓기도 했다.
 
시장 분위기가 바뀌자 매도인들은 신중해진 반면 매수 문의는 끊이지 않았다. 중개사 옆 책상의 중개보조원이 잇따른 재건축 관련 상담에 전화기를 놓지 못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아파트 입구. (사진=김성은 기자)
이런 상황은 반포도 마찬가지였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손님이랑 매물을 보기 위해 약속을 잡았는데 무산됐다"며 "집값이 오를까봐 기다리는 매도자도 있지만 세금 때문에 처분하려던 사람들도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한다니 굳이 매도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주택 공시가격을 지난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고, 장기적으로 종부세는 재산세와 통합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다주택자에게는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을 한시적으로 배제하는 등 대대적인 세제 완화를 예고했다.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에서는 집값과 공시가격 상승으로 세금이 대폭 올라 불만이 많았다. 꾸준한 수입이 없는 은퇴자나 노령층은 세금 폭탄에 마지못해 집을 처분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앞으로 보유세 부담이 낮아지면 계속 집을 갖고 있거나, 양도세를 내고 팔면 된다는 계산이다.
 
고강도 규제가 이어진 강남 부동산 시장에는 다음 정권을 기다리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다만 숨통이 좀 트일 것이란 기대감과 동시에 집값 과열 우려가 교차했다.
 
신사동의 한 중개사는 "대통령 취임식이 치러지고, 공약이 가시화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며 "예상대로 다음 정부가 규제를 풀면 2분기부터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포 부동산의 공인중개사는 "몇 년간 집값이 급격히 올라 강남에 새로 진입하기는 힘들어졌다"면서 "이전에는 경기도에서도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왔는데 이제는 강남 전세살이도 어려워졌다"며 혀를 찼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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