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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KDB캐피탈, 대부업 대출 조기 정리했다
대부업 나쁜 인식에 돈줄 말라…저신용자 사금융 내몰릴 위기
국책은행 외면에 시중은행도 대부업계 자금 공급 어려워
2022-03-03 06:00:00 2022-03-03 13:55:46
 
 
[뉴스토마토 송종호 기자] KDB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캐피탈이 대부업 대출 사업을 지난해 11월 말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올 1월 중단을 목표로 했으나, 정치권의 압박에 조기 정리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국책은행이 대부업체 돈줄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우수 대부업체를 선정해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서민금융 우수대부업자 제도'를 도입한 점을 고려하면 금융당국과 국책은행 간 대부업을 바라보는 뚜렷한 온도차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2일 KDB캐피탈과 대부업계에 따르면 KDB캐피탈은 대부업체에 신규대출을 하지 않고, 기존 거래업체의 대출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모든 대출을 정리했다. KDB캐피탈의 대부업체의 대출 잔액은 2017년 707억원에서 2018년 659억원, 2019년 299억원, 2020년 144억원으로 감소해왔다.
 
KDB캐피탈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대부업체 대한 모든 자금을 정리했다”라며 “현재 대부업체에 대출된 자금은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KDB캐피탈은 매년 국책은행이 대부업체의 돈줄을 해왔다는 정치권의 지적을 해결했지만, 문제는 대부업체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짐에 따라 불법 사금융에 노출되는 서민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업은 저축은행, 캐피탈 등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저신용자 등이 돈을 빌릴 수 있는 마지막 제도권 금융 대출로 통한다. 
 
또 KDB캐피탈의 조치는 금융위가 앞서 지난해 8월 도입한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 제도'와 엇갈린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제도는 법정 최고 금리 추가 인하(연 24%→20%)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대부업체에 시중은행 자금 조달을 허용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을 줄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특히 KDB캐피탈이 돈을 빌려준 대부업체는 바로크레디트대부, 웰컴크레디라인대부 등 상위권 대부업체들인데, 이들 중 상당수가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 제도, 이른바 ‘대부업 프리미엄 리그’에 선정됐다. 그러나 국책은행 자회사마저 대부업 대출에서 손을 떼는 상황에서 시중은행이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주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업계는 대외 이미지에 신경 쓰는 국책은행과 시중은행들이 몸을 사리면서 관련 시장은 이미 고사 직전이라고 주장한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은행에서 상위업체마저도 저금 조달할 수 있는 길을 막아버리면서 업계는 고사 위기에 빠졌다”며 “대부업 프리미어 리그로 나쁜 인식을 거둬낸다고 했지만, 당국과 은행간 엇갈린 행보로 현재까지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에 위치한 KDB산업은행과 KDB캐피탈 사옥 전경. (사진=송종호 기자)
 
송종호 기자 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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