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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탕평의 시대를 열자
2022-03-01 06:00:00 2022-03-01 06:00:00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다수 국민의 마음은 불편하다. 여·야가 벌이는 진흙탕 싸움 때문이다. 어느 쪽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서로 거친 공격과 방어에 혈안이 되어 있다. 후보자 방송 토론에서도 상대의 잘못을 들추어내거나 본질을 회피하는 모습이다. 검찰에서 수사 중인 내용을 수개월째 반복해서 되씹고 있으니 국민들은 답답하다.
 
(사진=이의준 중소기업정책개발원 규제혁신센터장)
참으로 생산적이지 못하다. 며칠 전 방송 토론에서 한 후보가 언급한 ‘정치는 4류’라는 말이 이런 상황을 지칭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국민에게 대통령후보로서의 국가비전이나 정책을 보여주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 특히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에게 정치가 희망과 용기를 줘야 하는데 현실은 오히려 반대다.
 
더구나 사람들은 “선거가 끝나도 걱정”이라고 한다. 국민은 누구를 뽑아도 갈등과 싸움이 더해질까 걱정한다. 후보자들 간에 정치보복이라는 말까지 오르내린다. 생각해보건대 선거 막판의 과열 분위기는 아마도 바뀌지 않을 것같다. 어느 쪽이든 “표를 주겠다”는 말에만 귀를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두 가지 제안을 해본다. 하나는 선거일 이전에 후보들이 “내가 되면 상대방도 포용하고 인재도 고루 등용하겠다”는 탕평(蕩平)의 의지를 표하면 좋겠다. 어차피 어느 후보도 과반수의 득표는 어려울 것 같다. 실제로, 압도적 지지를 받아 정국을 주도하게 해달라는 주문도 없다. 벌써부터 물밑에서는 ‘자리다툼’이 시작되었다 한다.
 
미래의 선거공신들은 탕평은 무슨 탕평이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탕평은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의 방식이 아니라 ‘까치밥경영’처럼 여지를 활용하는 통치술이다. 중립적 인사 혹은 자기 편이 아니었어도 전문가라면 그들을 등용하자는 거다. 선거는 40% 초반의 득표로 1위가 되어 100%의 지분을 챙기는 승자독식의 게임이다. 그렇다 해도 60%의 표를 얻은 상대방을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협치를 통한 국정운영을 위해 ‘부분적 탕평책’을 고려해 볼 만하다.
 
조선역사에서 당파의 반목과 싸움이 정점에 이르자 이를 완화하고자 탕평책(蕩平策)을 내놓았던 왕들의 지혜와 용기를 현대에 소환할 필요가 있다. 탕평의 근본정신은 흐트러진 왕권과 정부체제를 재정비하고 정치적 안정을 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영조도 신임옥사를 겪으면서 당쟁과 파벌의 폐해를 경험했다. 왕이 된 그는 양당의 인재를 등용했고 이에 반대하면 파면하기까지 했다. 정조도 이를 계승하여 당파와 출신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했다. 비록 왕과 국민을 제치고 일파가 득세하는 세도정치로 조선의 국운은 쇠했지만, 탕평은 결코 케케묵은 유산도 영조, 정조의 전유물도 아니다. 국가의 지도자라면 고민하고 실행할 가치가 있는 법적 도리이자 정치의 기본이다.
 
270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탕평의 필요성은 더해졌다. 물론 당파의 이익이나 당파 구성원의 사적욕심이 있기에 이같은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대통령후보가 직접 내부를 설득하고, 투표일 이전에 국민에게 화합과 탕평의 정치를 하겠노라고 약속하면 좋겠다.
 
또 하나는 누가 되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힘세고 덩치 큰 노상강도였다. 아테네 교외의 집에 철로 만든 침대를 두고 나그네를 붙잡아 와서 이 침대에 눕히고 키가 침대보다 길면 잘라내고, 짧으면 늘여서 죽였다 한다. 일방적인 자신의 기준에 따라 다른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아집과 편견을 가진 인물이었다. 권력에 맛들인 자들이 자칫 저지르기 쉬운 일이다. 이런 행위가 국가권력으로 빚어지지 않아야 한다.
 
정치가 아닌 경제 쪽의 시각으로 생각해보자. 기업이 소비자에게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사용할까? 아니다. 정치와 달리 기업은 오직 자사제품의 장점과 효용을 알리고, 소비자의 키에 맞추어 침대를 늘리고 줄여서 소비자 만족을 목표로 삼을 것이다. 우리 정치도 국민을 재단하고 편 가르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되기보다, 국민의 편안함과 안락함을 위한 침대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통령후보들은 이제라도 국민의 걱정을 덜고자 화합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자신의 국정철학과 비전을 소상하게 국민에게 전달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 언제까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가지고 국민을 대할 것인가? 이제는 정치가 국민을 아래로 보며 표만 구하려 하지 말고, 국민에게 맞는 정치를 고민해야 할 때다.
 
이의준 중소기업정책개발원 규제혁신센터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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