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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기름값' 원유 할당관세 내민 산업부…기재부는 신중론
1월 두바이유 전월비 14%올라…150달러 전망도
치솟는 기름값·고물가 4% 가능성도 '스멀스멀'
'할당관세 인하' 건의한다는 에너지 주무부처 산업부
할당관세 인하에 선긋는 기재부…유류세 인하 효과적
"유류세 30% 인하 필요…비축 풀기·할당관세 인하해야"
2022-02-21 04:00:00 2022-02-21 04:00:00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치솟는 국제유가에 따라 유류세 인하와 원유 할당관세 인하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세금 관련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간의 온도차가 다른 양상이다.
 
에너지·자원 수급관리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인 산업부는 유류세 인하 연장과 더불어 원유관세 인하 조치도 건의한다는 입장이나 기재부로서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정부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놓고 상향 조정(3% 전망 가능성)이 예측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새해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정세의 불안 요인이 가중되면서 한국으로 수입하는 원유가격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 4일 기준 90달러를 돌파한 상태다.
 
한국석유공사의 오피넷을 보면,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5일 93.05달러까지 치솟은 뒤 9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지난달 가격은 배럴당 83.47달러로 전월(73.21달러) 대비 14% 상승한 수준이다.
 
즉,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국내 물가의 상방압력도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5일 한은이 발표한 '2022년 1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보면, 에너지 가격 상승에 원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수입물가지수는 132.27로 전월보다 4.1% 뛰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30.1% 급증하는 등 11개월 연속 상승세다.
 
20일 한국석유공사의 오피넷을 보면,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5일 93.05달러까지 치솟은 뒤 9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표/뉴스토마토
 
더욱이 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은 석탄·석유제품(5.9%), 1차 금속제품(4.3%) 상승세는 수입물가를 더욱 부채칠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54.1%, 37.3% 급등한 규모다. 
 
문제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국가의 저조한 생산량과 석유 수요 증가, 에너지 위기가 겹치면서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다. 소비자 물가가 4개월 연속 3%를 기록하면서 이달 집계는 4%까지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4월까지 유류세 20% 인하조치를 시행 중이다. 휘발유는 리터당 최대 164원, 경유는 116원 인하했다. 하지만 유가 불안이 커지면서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 측은 현재 시행 중인 유류세 인하와 액화천연가스(LNG) 할당 관세 유예조치를 연장해야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박기영 산업부 2차관은 지난 9일 대한석유협회와 정유 4사, 한국석유공사 등과 만난 자리에서 LNG 뿐만 아닌 원유의 긴급할당관세 인하 등의 내용을 담은 '비상 시 석유수급 대응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기재부는 원유 할당관세 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할당관세 인하는 물가에 대한 여향이 미미한 반면, 유류세 인하는 그 효과가 직접적"이라며 "할당관세 인하는 유류세 인하를 검토한 후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그때 가서 고려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만 놓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공급이 얼마나 될 수 있을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할당관세 인하 가능성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관세학회도 관세 인하가 실질적 물가를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관세 인하는 통상 국내 물가를 낮추는데 기여한다는 인식이 높다. 하지만 수입업자들이 할당관세 인하폭 만큼, 마진율을 높여 물가 영향은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반론에서다.
 
관세학회가 2011년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할당관세 인하로 원유 수입가격이 10% 인하될 경우 소비자가격은 0.84%, 석유제품수입가격의 인하는 0.18% 인하에 그친다.
 
특히 원유에서 추출하는 석유제품은 석유가스, 가솔린, 나프타, 등유, 경유, 중유 등 종류가 다양해 정부의 가격 감시가 사실상 어렵다. 자칫 물가는 못잡고 정유사들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납세자협회 회장인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금을 통한 유가 안정은 아주 제한적이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전략적으로 수급 관계를 안정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700원을 넘었고 1800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기름값 부담에 고물가 행진이 뻔한데 유류세 30% 인하가 필요하다"며 "비축 물량을 풀고 할당관세 인하를 통해 시장에 잘 작동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가 총 동원돼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20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한국으로 수입하는 원유가격의 기준이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4일 기준 90달러를 돌파했다. 사진은 주유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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