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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줄고 가격 오르는 '우유 생산'…"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절실"
지난해 원유 국내 생산량 203만톤…감소세 지속
우유 자급률 20년전 77.3%→2020년 48.1%
가격 72.2% 올라…쿼터제·생산비 연동 '문제'
생산자 반대로 원유 경쟁력 잃어가…차등가격제 필요
2022-02-18 06:00:00 2022-02-18 06:00:00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정부가 우유 용도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추진하고 있으나 생산자 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점점 줄어드는 국산 우유 수요와 가격 오름 현상을 해결해야 수입 유제품과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해결 기미는 요원한 상황이다.
 
1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원유 국내 생산량은 203만톤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20년과 비교해 209만톤(3.0%)이 줄어든 규모다.
 
지난 20년간 국내 생산은 2001년 234만톤에서 2020년 209만톤으로 감소 추세를 겪고 있다. 반면 수입은 같은 기간 65만톤에서 243만톤으로 급증하고 있다. 올해 국내 생산은 195만톤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인당 우유 소비량이 늘었지만 국내 원유를 원료로하는 마시는 우유(시유) 소비는 36.5kg에서 31.8kg으로 줄었다. 수입산 원유를 원료로 하는 유제품 소비는 63.9kg에서 83.9kg으로 대폭 증가하고 있다.
 
시유 소비는 줄고 유가공품 소비의 증가세는 높아지면서 우유 자급률은 급격하게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 2001년 77.3%에 달하던 우유 자급률은 2020년 48.1%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원유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2020년 리터당 원유 가격은 2001년 당시보다 72.2%나 뛰었다. 수요가 공급보다 더욱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격만 올라가는 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은 11.8%, 유럽은 19.6% 오른 것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지나치게 가파른 추세다. 원유 가격으로 단순 비교해도 한국은 2020년 리터당 1083원인데 반해 미국(491원), 유럽(470원)의 절반 가격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쿼터제와 생산비 연동제를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쿼터제는 기초식량인 우유의 안정적 공급을 목적으로 쿼터량을 설정하고 생산자의 수취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해주는 제도다. 생산비 연동제는 쿼터 내 가격을 수급 상황·용도와 무관하게 통계청이 발표하는 등 우유생산비 증감액을 반영해 결정한다.
 
과거 도입한 제도가 시장의 수급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 가격결정 체계(생산비 연동제), 시장 수급 상황과 무관한 쿼터제 등으로 고질적인 생산 과잉을 초래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쿼터량은 연간 222만톤이다. 국내 음용유 소비량이 175만톤인 상황에서 정부가 2020년에 차액을 보전한 금액은 336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유업체(우유나 유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기업체)가 222만톤을 전부 구매할 수 없어 실제 유업체가 구매하는 물량은 205~210만톤에 불과한 실정이다.
 
결국 국내 생산은 상대적으로 더 비싼 음용유에 맞춰져 있어 국내산 가공 유제품도 사실상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값싼 수입 가공 유제품과의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없을 경우 낙농산업의 지속 가능성 우려된다"며 "낙농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원유의 가격결정뿐만 아니라 원유거래 체계 등 전반적인 낙농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통해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하는 낙농산업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 상태다. 음용유는 현재 수준의 가격으로, 가공유는 더 싼 가격으로 유업체에 공급하는 방향이다.
 
하지만 생산자 측의 지속적인 반대로 농식품부는 수정안을 통해 용도별 차등제 물량의 단계적 적용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수정안에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적용 첫해 '음용유 190만톤·가공유 20만톤'의 물량을 적용하고 음용유는 현재 가격 수준인 리터당 1100원으로 담았다.
 
가공유는 '리터당 800원'으로 구매해 농가소득을 뒷받침하는 방안이다. 또 리터당 800원 수준의 가공유 가격은 수입산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정부 지원으로 리터당 600원 수준에 공급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제도 적용 두 번째 해부터는 '음용유 185만톤·가공유 30만톤', 다음 해에는 '음용유 180만톤·가공유 40만톤'과 같은 방식으로 물량을 확대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안이다.
 
차등가격제를 적용할 경우 첫해 농가 판매 수익은 15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더욱이 낙농가에서 우려하는 쿼터 감축은 고려하지 않고 이와 무관하게 생산량을 늘려가는 대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사회 의사결정 구조의 개편과 관련해서는 당초안대로 개편하되, 원유 구매물량과 가격의 결정을 별도의 소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등 이사회에서 확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소위원회는 생산자 3인, 유업체 3인, 정부 1인, 학계 1인, 낙농진흥회 1인으로 구성하고 거래 당사자인 생산자·유업체 간의 협상을 기본으로 학계가 조율의 역할을 맡게 된다.
 
박범수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용도별 가격차등제는 마시는 우유에 대한 소비는 줄고 유제품에 대한 소비는 늘어나는 구조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라며 "소비자들도 고품질의 저렴한 국내산 우유를 선호하고 있고 낙농가도 산업구조에 맞춰 변화할 수 있는 만큼, 모두에게 윈윈"이라고 강조했다.
 
1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원유 국내 생산량은 203만톤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진은 마트에 진열된 우유.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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