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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격변기)①'손해율 악화' 골머리…상품 개정 박차
지난해 3분기 기준 손해율 131%
백내장 수술 등 '비급여 진료' 주요 원인
근본적으로 비급여 관리 강화해야
2022-01-20 06:00:00 2022-01-20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실손의료보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보험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2년간 코로나19 사태로 병원 이용이 줄었음에도 적자폭은 오히려 커졌다. 보험사들은 고질적인 적자 문제를 만회하기 위해 상품 개정을 이어가며 손해율 잡기에 안간힘을 쏟는 모습이다. 
 
(제작/뉴스토마토)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손해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31.0%로, 3년 전인 2018년 121.8%와 비교하면 10%p 가까이 급등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와 비교해 내준 보험금 등 손해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낸 보험료가 100원일 때 지급한 보험금이 131원으로 더 많다는 얘기다. 손보사들은 이러한 적자를 메꾸기 위해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요 원인은 실손 지급보험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비급여 의료비의 증가를 꼽는다. 실제 2016~2020년간 실손보험금 지급 추이를 보면 비급여 관련 보험금은 전체 지급보험금의 65%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비급여 보험금은 2016년 4조3000억원에서 2020년 7조1000억원으로 2조8000억원이 늘었는데, 같은 기간 급여 본인부담금 보험금이 2조3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1조7000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증가폭도 높다.
 
비급여 의료는 급여와 달리 별도의 규율 근거가 없어 의료기관에서 진료 가격, 진료량을 자율적으로 정한다. 때문에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의료기관의 과잉 진료 유인이 내재돼 있어 불필요한 비급여 의료비 지출이 양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등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779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은 지난해(6480억원)보다 15배 가량 급증한 1조1528억원으로 추산된다. 도수치료를 포함한 재활 및 물리치료 관련 청구금액 역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백내장 수술은 비급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로 손보사들의 적자폭이 커지면서 업계의 시름도 해마다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손보사의 실손보험 손실액은 1조9696억원으로 1년 전(1조7838억원)보다 10.4%나 늘었다. 보험업계가 매년 보험료 인상을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는 상품 개정을 이어가며 손해율 잡기에 안간힘이다. 실손보험은 지난해 7월까지 네 번의 상품 개정을 마쳤다. 지난해 7월1일부터 4세대 실손보험이 판매중인데, 보험업계는 1~3세대 실손보험 적자를 메꾸기 위해 4세대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4세대 실손보험 판매를 강화하기 위해 보험료 할인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실손보험의 고질적인 적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비급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비급여 진료 관리 체계 확립 등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보험료 인상은 계속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가입자들의 부담은 갈수록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 연구위원은 "백내장 수술의 다초점렌즈와 같은 비급여의 원가정보를 조사, 공개해 국민의 알권리를 높이고 사회적으로 합의가 가능한 비급여 가격과 사용량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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