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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쇼크 극복하나…영구CB 400억 발행
코생 측 "현재 인보사 가치 0원 상각, 재평가 이뤄질 것"
CB투자자, 회사 미래비전에 투자
2021-12-10 06:00:00 2021-12-10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인보사(TG-C)’ 사태로 4년 내내 적자를 기록하며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상장폐지의 위기에 놓였던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이 인보사 임상 재개와 함께 400억원 규모의 영구CB 발행에 성공하며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비전 확보에 나선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달 150억원 제2회차 CB와 250억원 제3회차 CB 발행을 결정했다. 해당 CB는 만기가 2051년까지로 30년이며 무제한 연장이 가능한 영구CB로 발행됐다. 표면 금리는 두 CB 모두 0%이며, 만기 수익률은 각각 3.5%, 3.0%다.
 
그래픽/뉴스토마토
 
CB의 전환가액은 모두 3만2611원으로 결정됐으며, 주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항은 빠졌다. 리픽싱 조항이 없고 발행인의 선택에 따라 만기가 무제한 연장이 가능한 데다, 표면금리 역시 0%로 발행인에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납입일 이후에는 사채에 대한 담보권 설정도 불가하다. 코오롱생명과학 입장에선 향후 이자나 전환주식 수량 증가에 따른 물량 부담 없이 자금을 조달한 셈이다.
 
시장은 이번 CB 발행이 리픽싱이 가능한 일반적 메자닌이 아닌 영구CB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은 유상증자나 리픽싱 조항이 포함된 CB 발행 등이 주를 이뤄왔다. 연구개발 비용과 임상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큰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특성상 최대한 CB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이 설정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CB를 발행한 제약바이오 기업 37곳 중 시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 조항이 없는 CB를 발행한 곳은 한국비엔씨(256840)가 유일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CB는 채권이율이 높은 것도 아니고 리픽싱 조항도 없어 전환가액 하향에 따른 이득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그만큼 CB의 투자 매력도도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풋옵션(매수청구권) 특약사항으로 코오롱생명과학이 상장 폐지될 경우 최대주주인 코오롱이 채권을 매수해야 한다는 조항이 붙긴 했지만, 사채권에 대한 담보 설정이 불가한 만큼 투자자들 리스크 방지차원으로 볼 수 있다. 결국 CB투자자들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가 오른다고 보고 주식 전환 이후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관리종목’ 해제도 기대되고 있다. 앞서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017년부터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지난해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으나 인보사 사태 이후 일본 제약사와의 기술 수출 계약이 파기되면서 약 430억원 가량의 배상금을 부채로 계상하며 적자가 커졌다. 올해는 3분기 누적기준 50억원 가량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어 흑자전환에 성공, 관리종목 해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영구CB 400억원 중 250억원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예정인데, 영구CB의 경우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되는 만큼 부채비율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말 262% 수준이던 코오롱생명과학의 부채비율은 영구CB 발행으로 160%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보사 사태와 관련된 일본 제약사와의 갈등도 해소됐다. 지난 2016년 미쓰비시다나베와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 이후 이어졌으나 올해 배상금을 지급했고, 가압류로 설정됐던 김천2공장(33억원 상당)과 충주·음성 공장(78억원)에 대한 가압류가 해제됐다.
 
최근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관계사인 코오롱티슈진(950160)이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무릎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재개 허가를 받으면서 인보사의 안전성 논란도 어느 정도 재고될 것으로 보인다. FDA는 지난 3일 고관절 골관절염 환자에게 인보사를 투약하는 내용의 임상2상 시험계획서를 허가했다. 
 
코로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코오롱티슈진의 지분가치나 인보사와 관련된 무형자산의 경우 2018년 이후 ‘0’원으로 상각해둔 상태”라며 “현재 미국에서 임산2상이 진행 중인 만큼 긍정적인 소식이 나온다면 회계적으로 업사이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보사의 경우 미국에서 계속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오고 있고, 코오롱그룹 내에서도 약으로서 인보사의 상업적 가치나 과학적 성과에 대해 자신하고 있다”며 “CB투자자들도 회사의 미래비전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금조달과 관련해선 “이번 CB발행 자금은 차입금 상환과 운영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라며 “운영자금은 인보사 외에도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 중인 신경근병증 치료제(KLS-2031)와 고형암치료제(KLS-3021) 등의 파이프라인 확보에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보사 케이주. 사진/코오롱티슈진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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