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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말로만 끝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2021-11-02 06:00:00 2021-11-02 08:34:08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명을 넘어섰다. 현 정부 첫해인 2017년 657만명이었던 비정규직 수가 4년 만에 150만명가량 불어난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체 임금 근로자는 2099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비정규직은 전년동기(742만6000명) 대비 64만명 늘어난 806만6000명이다. 비정규직 비중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38.4%로 전년동기 대비 2.1%포인트 높아졌다.
 
국내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전체 임금노동자 수가 전년 대비 11만3000명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전체 임금근로자 수가 늘어난 건 불행 중 다행이다. 하지만 면면을 놓고 보면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힘들다.
 
대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는 총 284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32만 명(12.7%) 증가했다. 고등 교육을 받은 이들마저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현실이다.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806만6000명) 가운데 대졸 이상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도 35.2%로 작년 8월(33.9%)보다 1.3%포인트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20대 비정규직은 총 141만4000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13만1000명(10.2%) 늘었다. 20대 비정규직은 한시적, 시간제, 비전형 근로자 전 부분에서 증가했다. 용역과 파견 등 비전형 근로자는 15만 5000명에서 19만 9000명으로 28.4% 늘었고, 시간제 근로자는 63만명에서 69만명으로 9.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근로계약 기간을 설정한 기간제 근로자와 비자발적 사유로 계속 근무를 기대할 수 없는 비기간제 근로자를 합친 한시적 근로자는 77만 8000명에서 90만 6000명으로 16.5% 늘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야 할 20대 청년들이 '질 낮은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줄이고, 이를 민간부문으로 확산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요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이른바 '인국공' 사태를 맞으면서 노노 간 대립과 공정 이슈 문제 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같은 공공부문의 무리한 정규직화로 지난해 350개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은 1만명 가량 줄어들었다. 여기에 민간 기업마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와 최저임금 인상 부담으로 채용을 줄이고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집착할수록 노동시장의 비정규직 비중은 더욱더 심화할 게 분명하다. 공공부분의 양질의 일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기업들도 채용을 꺼리거나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공공부분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속도를 조절하고,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비정규직 일자리의 질을 높여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 해소에도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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