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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구미 여아' 친모 징역 8년…"외할머니 행세 전대미문 사건"(종합)
재판부 "일반인으로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범행 동기"
"피해자 행방 따라 더 큰 처벌 두려워 출산 사실 부인"
"피해자 행방 따라 더 큰 처벌 두려워 출산 사실 부인"
2021-08-17 16:35:25 2021-08-17 18:35:58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이른바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 피해자의 친모로 특정된 석모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2단독 서청운 판사는 17일 미성년자 약취유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석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건전한 상식과 가치를 가진 일반인으로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범행 동기를 가진 후 친딸의 딸과 자신의 딸을 바꿔치기한 것도 모자라 외할머니로 행세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저질렀다"며 "냉정하면서 준엄한 법의 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친모 아닐 확률 현실적으로 존재 안 해"
 
사건의 최대 쟁점은 숨진 여아와 석씨의 친모 관계였다.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 이미 석씨가 피해 여아의 친모임이 밝혀졌다며 '불상의 방법'으로 산부인과에서 두 여아를 바꿔치기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유전자 검사에서 사용된 감정 방법은 전부 국제적으로 공인된 방법으로 상당한 정도의 신뢰성이 확보됐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 여아의 친모가 아닐 확률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석씨가 주장한 키메라 증후군에 대해서도 "실제 친자관계가 아닌 것처럼 판정되는 경우를 설명할 수는 있어도 우연히 친자로 오인될 경우까지는 설명할 수 없다"며 "수사기관에서는 키메라 증후군 오류 방지를 위해 피고인의 손톱과 모발, 구강과 사망한 사건 여아의 대퇴골 등에서 시료를 채취해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둘째 딸 김모씨에게서 피해 여아의 혈액형이 나올 수 없는 점, 석씨가 출산 시점으로 추정되는 기간 갑작스럽게 퇴사한 점, 임신 추정 기간 생리대 구매 기록이 없는 점, 유튜브로 출산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관련 앱을 설치한 점, 수사 과정에서 숨진 여아의 DNA가 담긴 배꼽 폐색기가 발견된 점 등도 석씨의 친모 입증 근거가 됐다.
 
범행 당시 산부인과는 접수대를 거치지 않고 산모 방으로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로 운영된 점, 아이가 바꿔치기 된 것으로 추정된 2018년 3월 말 피해 여아의 식별띠가 발목에서 빠진 채 발견된 점, 다음날인 4월1일 몸무게 차이가 컸던 점 등도 유죄 판단의 근거였다.
 
재판부는 폐쇄회로(CC)TV 등 직접 증거가 없는 점에 대해 "조금이라도 설명하기 어려운 의혹이 남는다고 해서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단정한다면 정황 증거에 의한 사실 인정은 불가능하다"며 "약취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중심에 있는 친모 석모(48)씨가 17일 오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무책임한 태도로 사라진 아이 찾을지 의문"
 
재판부는 "이 사건 여아를 자신의 친딸로 오인하고 짧지 않은 기간 양육한 보호자들이 상당한 허탈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현재 피해자(바꿔치기된 김씨 딸)의 생사도 알 수 없다"며 "범행을 자백할 경우 피해자의 행방에 따라 더 큰 처벌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움직이지 못하는 과학적 사실이 있음에도 미성년자 약취와 출산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렇게 반성 없는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앞으로도 사라진 피해자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머리를 감싸고 엎드리기를 반복하던 석씨는 실형이 선고되자 바닥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석씨는 지난 2018년 3월31일~4월1일쯤 산부인과에서 딸 김씨가 낳은 손녀와 자신이 낳은 딸을 바꿔치기한 혐의(미성년자약취)를 받는다.
 
지난 2월9일쯤 김씨 주거지에서 숨진 아이를 발견하고 매장하기 위해 옷과 신발을 구매한 뒤 이불과 종이상자를 들고 갔다가 이불을 사체에 덮어주고 종이상자를 그 옆에 놓아둔 채 돌아 나온 혐의(사체은닉미수)도 있다.
 
석씨는 미성년자 약취유인 혐의는 부인하고 사체은닉 미수 혐의는 인정해 왔다.
 
앞서 피해 여아를 빈집에 방치게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김씨는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김씨의 항소심 첫 공판은 19일 대구고법에서 열린다.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중심에 있는 친모 석모(48)씨가 17일 오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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