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인재…"결국은 돈, 빨리 철거할 수록 이득"
철거업체, 공사 시간 절약하면 돈 벌 수 있어 '속전속결'
건설업계 재하청 문제 까지…근본적인 인식 개선 필요
입력 : 2021-06-13 06:00:00 수정 : 2021-06-13 06:00:00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 버스 매몰 사고 현장'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광주 동구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건물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건설업계에서는 또 다시 안전 불감증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2년 전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똑같은 사고가 재발하면서 여전히 안전을 무시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철거 공사는 별다른 기술력이 필요 없고, 빠르게 철거하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12일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원인을 철거산업 자체에서 찾고 있다. 먼저 법적으로 철거 업체를 차리기 위해서는 철거 면허가 필요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상주 인력과 자본금이 있어야 된다. 아울러 철거전문 기업은 정부의 관리 감독 하에서 벌점제도 등을 통해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은 철저 매뉴얼도 마련된 상태다.
 
다만, 문제는 실제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철거 공사는 건물을 짓는 공사가 아니고, 철거만 하기 때문에 나중에 검사를 받는 등 점검 절차가 없다.
 
아울러 건물 철거를 위해 큰 기술력이 필요 없고, 특히 공사 기간을 단축하면 그만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철거 업체에게 공사 기간 단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 넓은 공사 부지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런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평가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대형 건물은 폭파나 중장기 등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경우처럼 5층 규모 정도의 건물 철거는 무조건 때려 부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철거 업체 입장에서 빨리 부셔야 돈을 더 많이 남길 수 있다”라며 “이번 사건에서도 원래 5층부터 철거를 해야 되는데 그냥 폭삭 무너뜨리기 위해 중간부터 철거한 흔적들이 발견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건축물관리법이 제정되면서 건축주는 안전관리 계획 등을 담은 해체계획서를 공사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승인받아야 한다.
 
또 허가 신청에 앞서 해체계획서를 건축사사무소 개설신고자, 기술사사무소 개설등록자,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부터 검토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전문 인력 및 전문 지식이 부족한 모습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인호 숭실 사이버대 교수는 “예전에 한번 철거 관련 심의를 나가본 적이 있는데 철거 업체들이 해체계획서를 제출한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 지식 없이 해체계획서를 가져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특히 각 업체가 제출한 해체계획서가 절반 이상은 토시 하나 안 틀리고 똑같았다. 서로 그냥 베끼는 것 같다. 지금보다는 좀 더 꼼꼼한 안전 관리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철거 업체 태생에 대한 의구심을 보내기도 한다. 
 
또 다른 건설사 한 관계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철거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부분 인력을 동원해서 무리하게 세입자를 몰아내는 일을 하는 업체들이 철거 전문 업체”라며 “과거 그 지역에서 힘 좀 쓴다는 사람들이 철거 산업 쪽으로 대거 흡수됐다. 올바르게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업체들도 있겠지만, 이런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향후에도 철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도 철거산업 현장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인식들이 변하지 않으면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법을 개정하고 처벌 기준을 강화해도 현장에서 서로 서로 암묵적으로 묵인된 방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처벌 강화와 함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현장 인력들의 근본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만약 이번 사건이 부지 한 가운데에서 발생했다면 아마 아무도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라며 “공사를 빨리 진행시키기 위해 그냥 한 번에 무너트리는 방식으로 진행했을 것이고, 이번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다가 설마 도로 쪽으로 무너지겠나 하는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사고다. 주의는 좀 하겠지만, 그냥 단순하게 때려 부수는 방식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건설업계에 만연한 재하청 문제도 또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이번 사건에서 재하청이 실제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재하청 인력이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건설 공사 구조는 일반적으로 시행사-원청 건설사-하청 건설사 등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하청 업체들이 중간에서 소개비만 받고 일감을 다시 건설 면허가 없는 몇 명에게 다시 재하청을 주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일명 십장으로 불리는 반장들이 자기들 무리를 데리고 여기 저기 공사 현장을 누비면서 재하청으로 일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청 업체에서도 매번 상주 인력을 항상 가지고 갈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철거 공사에도 재하청 문화가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하청은 건설업계 고질적인 문제다"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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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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