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뇌, 배터리는 심장…정부 초격차 기술 지원 시급"
(이차전지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③박상호 동신대 신소재에너지전공 교수
"배터리 산업 성장성숙기 관련 특허소송 빈번하게 나타날 것"
"이차전지 화재 원인 규명과 동시에 화재 제어 기술력 확보 관건"
"보조금 정책 등 차세대 전지 연구개발·핵심인력 양성책 뒷받침 돼야"
입력 : 2021-04-21 06:00:00 수정 : 2021-04-21 08:32:08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차전지(배터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상반기 중 K-배터리 산업 발전 전략을 내놓을 계획이다. 배터리 경쟁력 제고를 위한 초격차 기술 개발 지원, 배터리 설계 전문 인력 양성책, 핵심 인력 유출 방지 방안 등 정책 설계에 있어 정부가 주안점을 두어야 할 곳은 어디일까. 이차전지 분야에서 '민관산학연'을 두루 경험한 박상호 동신대학교 신소재에너지전공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다. 
 
박 교수는 전북대 화학공업공학과 졸업 후 1999년부터 동대 석사 과정을 통해 이차전지 양극 소재 연구에 본격 착수했다. 또 2005년 한양대 화학공학 박사 후 미국 알곤 국립연구소에서 차세대 자동차 개발 협력(PNGV)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7년 삼성SDI(006400) 전지 개발팀에 입사해 당시 캐시카우였던 고출력 전동 공구용 원통형 이차전지 제품 개발에 참여했다. 국내외 배터리 관련 특허 출원이 폭증하던 2010년 특허청 특허심사관(이차전지 전문관)으로 6년간 근무했다. 2016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전자전기·분산에너지과로 이동해 ‘이차전지 산업정책’ 및 '민·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원인조사위원회' 일원으로 활동하는 등 배터리 산업 정책 마련에도 일조했다. 현재는 동신대 신소재에너지전공 조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쓰는 중이다.  
 
 
박상호 동신대 신소재에너지전공 교수 사진/동신대학교
 
 
특허 기술력 측면에서 우리나라 이차전지 산업의 강점은

한국 배터리 산업은 검증된 제조기술력과 품질관리 및 우수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급성장 중이다. 국내 K-배터리의 경우 3사뿐 아니라 중소 소재 기업의 핵심 특허가 질적·양적으로 상당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 특허 경쟁력도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이는 기술력이 두텁다는 것을 의미하고, 보유 기술들이 미세하고 촘촘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없다는 것으로, 그만큼 경쟁력이 높다는 의미다. 특허 보유를 위해서는 지식 재산권 출원, 특허 유지 등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업이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연구개발(R&D)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차전지 산업 초장기의 경우 소니(sony) 등  일본 기업 중심으로 배터리 관련 원천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를 하고 있었으나, 기술이 발전이 지속됨에 따라 현장 맞춤형 특허가 나오게 된다. 국내 배터리 3사는 현재 시점에서 생산·사용되는 제품에 대한 한층 발전된 특허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특허출원을 하고 있다. 최신 특허를 보유한다는 것은 연구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한다는 의미로 이는 곧 이차전지의 경쟁력이 높다는 의미다.  
 
향후 배터리 산업 성장 과정에서 기업 간, 국가 간 특허소송 분쟁 발생 가능성은 
 
특허로 싸운다는 것은 돈이 된다는 의미다. 즉 특허분쟁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없는 산업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산업적 측면에서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 입장에서 자사의 지식 재산권을 이용해 다른 이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는 일이다. 지난 2011년에 시작한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096770) 분리막 소송이나 최근 국내 분리막 제조업체 더블유스코프를 상대로 한 일본 아사히카세이 특허소송 등 이차전지 관련 특허는 과거에도 있었고 향후에도 빈번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허라는 것은 국지적 지식 재산권이기 때문에 우리의 기술을 카피해서 중국 등 자국에서 생산할 수 있지만 해당 제품이 국내 및 특허 권리가 보장된 국가에 합법적인 절차 없이 들어와서는 안된다. 특허 침해 기술 판단은 단순한 게 아니라 굉장히 어렵고 까다롭다. 특히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대략 3~4년에 이르기까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 하루가 다르게 기술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차전지 산업 관점에서 보면 선제적인 특허 권리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ESS 화재와 코나 EV 화재 원인에 대해 명확히 밝혀진 게 없다. 배터리 화재 어떻게 잡아야 하나 
 
화재, 즉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는 곳은 배터리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배터리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휴대용 전자 기기의 경우 단셀 위주로 구성돼 있어 화재가 나면 세밀한 분석이 가능하다. 반면 ESS나 전기차용 배터리는 모듈, 패키징 화가 되어있다 보니 배터리가 원인이라는 가정을 하더라도 어느 셀이 문제인지 명확한 파악이 상당히 어렵다. 지난 2018년 ESS 화재와 관련해 산업부에 있을 당시 고창 전력연구원 시험장에서 오랜 시간 원인 규명에 집중했다. 실증 실험은 화재가 나야 끝나는 시험이나 아무리 해도 불이 안 났다. 코나 EV 화재 원인 조사가 비슷한 결론이 나온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또한 화재 발생 시 소화 작업 과정에서 현장 보존이 안된다. 현장 보존이 안되는 상황에서 발화가 일어난 원인과 조건을 다 따져봐야 하지만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 BMS, EMS 등 시스템으로 배터리 유지, 제어, 관리를 하고 있지만 열악한 운전 환경 등 외부적인 요인을 간과할 수 없는 게 현실적이다 볼 수 있다.  
배터리 화재 발생 시 자체적인 '보호'와 다른 시스템의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화재로 이어지기 전 불량 교체할 수 있는 신호를 준다던가, 각각의 셀에 대한 온도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셀에서 열폭주 발생 시 셀 하나만 열폭주가 일어나 소멸하게 하는 시스템 등 셀 단위에서의 안정성 강화할 수 있는 대안도 있다. 따라서 최근 이차전지 안전성 관련 연구에 집중해 연구를 하고 있다. 이차전지 제조기술이 1등이면 화재 등 안전성에 대한 뒷받침 기술도 확보됨과 동시에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배터리 기업 약진, 완성차 업체의 내재화 등 K-배터리 위상이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높다.   
 
실질적으로 중국 배터리 기업은 중국 시장을 제외하고 전 세계 시장을 보면 K-배터리 3사가 결코 중국에 뒤지지 않는다. 중국은 강력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어 수출을 하지 않더라도 내수시장만으로 충분한 성장 가능성 있다. 더구나 국가 차원에서 보조금 정책으로 기업들을 뒷받침해 주고 있어서 국내 배터리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성장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았다. 자동차를 판매할 수 있도록 형식승인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를 지연하는 등 중국 자동차 업체들 스스로 한국 배터리 제품을 쓰면 승인이 잘 나지 않는다는 학습이 되다 보니 한국 기업이 중국의 진출을 해서 공장 가동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현재 전기차 산업은 실질적으로 보조금에 의존성이 높은 산업이다. 현실적으로 내연차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보조금으로 컨트롤하는 부분이 있다. 
다만 완성차 기업의 내재화는 크게 위협되진 않는다고 본다. 이차전지 산업은 단순한 조립산업이 아닌 전기와 화학이 융합된 종합기술 산업이라 노하우성 기술들의 집합체로 볼 수 있다. 단순한 공정 레시피의 카피를 통한 기술력 확보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이후, 공정기술 및 품질관리 등 수많은 핵심 요소 기술을 포함하고 있어서 단시간 내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 이차전지 산업 발전을 위해 정책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국내 이차전지 기술 태동기에는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로서 정책을 폈다면 이제는 '퍼스트무버'로서 산업 전단계에 걸친 중국 등 후발주자들과의 차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즉 1세대 기술에 안주하지 말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 100년을 이끌고 갈 차세대 이차전지에 대한 연구-개발 및 표준-인증 등 K-배터리의 미래 기술에 대한 기술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궁과 쇼트트랙이 세계를 제패한 것처럼 기술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이차전지 산업 전주기 인력양성뿐만 아니라 퇴직 후 기술자들에 대한 국가적 관리도 일정 부분 필요하다. 차세대 이차전지 관련 기술 개발 지원은 기본으로 가져가야 하고 이에 맞춘 인력 양성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현재의 제조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 중이지만 언제까지 이 같은 경향이 지속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일본이든 중국이든 차세대 기술에 대한 기대는 같다. 다만 누가 더 빨리 이를 달성해내느냐에 달린 시간의 싸움으로 민관 협동하여 끊임없는 투자와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다. 앞으로 10~30년 후, 100년 후의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와 같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는가
 
뇌는 반도체, 눈은 디스플레이, 심장을 배터리 산업으로 비유되곤 했다. IT 측면에서 휴대용 전자기기 산업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필드 테스트 완성판으로 1세대 리튬이차전지 기술이 검증됐다면 이제는 전기자동차를 비롯한 이동체 산업, 탄소제로 시대를 준비하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이차전지는 필수적인 요소다. 즉 핵심부품 산업으로 이차전지를 제외하고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는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이차전지 산업은 우리나라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질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무한하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한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듯이, 우리 앞에 다가올 미래 100년을 준비하려면 잘하고 있고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선택과 집중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배터리 공부를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수들이 신곡 발표에 앞서 예능프로에서 홍보를 하곤 합니다. 이차전지 산업은 이미 단순한 부품소재 산업을 넘어 신 에너지산업의 핵심 영역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블루이코노미, 신재생에너지의 메카인 전남, 에너지 수도인 나주에는 차세대전지를 포함한 소재, 셀-모듈 안전성, 재사용(Re-use), 새활용(Upcycling) 관련 이차전지 플레이그라운드가 마련됐습니다. 우리 같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길 희망합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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