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아이러니한 '넥슨지티' 감사 독립성…ESG와 동떨어진 경영 행보
2014년부터 감사 장기연임 ‘지속’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기업 독립성 훼손 우려”
전문가 “ESG 경영 핵심 원리는 주주가치·기업 독립성 제고”
입력 : 2021-04-19 09:30:00 수정 : 2021-04-19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5일 17:2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통칭하는 ESG가 기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경영전략으로 급부상하면서 기업들이 ESG 경영 체제 전환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넥슨의 게임 개발 자회사 넥슨지티(041140)와는 동떨어진 얘기다. 
 
넥슨지티는 올해까지 2년 연속 감사 재선임과 관련해 의결권 자문사로 부터 반대표를 받았다.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골자다. 감사 연임은 곧 내부 체제를 안정화해 실적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넥슨지티 측의 의지로 해석되지만, 최근 초경쟁 시대 생존전략으로 떠오른 ESG경영과는 상반된 행보란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넥슨지티는 4년만에 줄적자에서 탈출했다. 지난해 넥슨지티 영업이익은 31억원으로, 2017~2019년 순서대로 23억원, 252억원, 287억원 적자에서 반등했다. 지지난해 골칫거리였던 자회사 넥슨레드 매각 덕에 영업비용이 감소한 데 따른 결과다. 넥슨레드는 2019년 자본잠식(자본금 -93억원)과 더불어 순손실만 245억원에 달했다. 
 
눈여겨볼 점은 올해 정기주주총회 결과다. 넥슨지티는 2014년부터 회사 감사를 맡아온 법무법인 일현의 주형훈 변호사를 재선임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이에 물음표를 던졌다. 주총에 앞서 지난달 19일 “주 변호사가 재선임될 경우 10년 동안 감사로 재직하게 된다”라고 CGCG는 전했다. 이어 “감사가 당해 회사 6년, 계열사 포함 9년을 초과해 재직할 시 기업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다”라며 이견을 냈다. 
 
앞서 2020년 주총에서 주 변호사의 감사 재선임 안건은 의결 정족수 미달로 부결된 바 있다. 넥슨지티는 "새로운 감사가 선임·취임할 때까지 기존 감사에게 권리가 있다"라는 이유로 계속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그리고 올해 주총에서도 감사 교체 없이 주형훈 변호사를 다시 올렸다.
 
 
지난 2014년부터 감사로 재직 중인 주 변호사는 3년 임기가 더해지면, 10년 동안 회사 파수꾼 역할을 맡게 된다. 상법상 감사 임기는 3년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금융회사와 달리 자산 1000억원 이상 상장회사는 감사 ‘연임’에 사실상 제한이 없다. 법적으로 넥슨지티의 감사 재선임엔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뿐만이 아니다. CGCG는 넥슨지티 이사보수한도 승인 안건에서도 ‘독립적 보수 심사기구 부재’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주총 결과 안건은 원안대로 승인됐다. 보수 한도액은 이사(4명) 15억원, 감사(1명) 2억원이다. 회사는 등기이사(3명)에게 총 5억5000만원, 사외이사와 감사에게 각각 3600만원을 지급했다.  
 
CGCG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장기간 감사직을 맡으면, 회사 사정에 익숙해지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라며 “자연스레 판단이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라고 했다. 국민연금 역시 감사 장기연임 시 본래 목적인 경영진 견제와 감시 역할이 소홀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경영진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등 견제 기능을 잃어 거수기 노릇에 그칠 거란 시선이다. 
 
넥슨지티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감사직을 교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주총에서 감사 재선임과 함께 짚어볼 부분이 있다. 먼저, 회사는 신지환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고, 네오플 전 대표인 김명현 넥슨지티 개발이사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또, 넥슨지티 사내이사를 지냈던 김대훤 넥슨코리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다시 신규 선임했다.
 
 
넥슨지티는 사명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최대 게임회사 넥슨코리아(넥슨)를 모회사로 뒀다. 퍼블리싱과 게임 개발 측면에서 넥슨지티 업(業)에 넥슨은 언제든 유기성을 불어넣어 줄 채비를 갖췄다. 회사가 골칫거리 넥슨레드를 넥슨에 매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넥슨지티가 넥슨 계열 회사 중 유일한 국내 상장사라는 점도 공생의 합리성을 높인다.
 
그렇다고 자생능력이 없는 건 아니다. 넥슨지티엔 총게임(FPS) 장르 선두주자 ‘서든어택’이 있다. FPS 신작도 준비 중이다. 중앙판교개발을 통해 부동산 임대사업에서도 수익을 내고 있다. 이런 기류에서 상근감사 연임과 김대훤 부사장이 다시 사내이사에 오른 건 기존 회사 시스템을 더 견고히 하겠다는 성장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근래 추세를 보면 자성이 필요하단 관측도 가능하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 겸 중앙대 교수는 최근 불거진 업계 확률형아이템 논란을 두고 “ESG는 기업 경영에서 친환경과 사회적 가치, 지배구조 개선 등을 중요시하는 철학”이라면서 “국내 게임 업계에서 ESG에 대한 관심이나 논의는 찾아볼 수 없다”라고 역설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도 입장은 같다. 1분기 주총을 개최한 상장사(362개사) 안건 가운데 KCGS는 228곳(63.0%)에 반대투표를 권고했다. 이중 장기연임이 가장 큰 비중(42.4%)을 차지했다. 이사 보수 한도 반대 권고율은 34.9%였다. KCGS는 “여전히 상당수 기업이 성과 연동성과 무관한 보수 한도를 제시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감사 선임에서도 여전히 반대 권고율이 상당히 높아 추가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기업지배구조 관련 전문가는 <IB토마토>에 “감사 재직 기간이 6년을 웃돌면 회사는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연임 이유 등을 공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영진과 유착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단 전망이다.
 
전문가는 “감사직은 회계(감사)와 업무(감사) 전반에 책임을 져야 하는 엄중한 자리”라며 “기업 경영에서 법적으로 저촉될 만한 요소나 잠재 위험을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EGS 경영의 핵심 원리는 주주가치와 기업 독립성을 제고하는 것”이라며 “넥슨지티는 감사가 전문성을 갖췄는지, 결격 사유는 없는지를 투자자에게 알리는 등 책임경영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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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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