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국민연금을 향한 위험한 분노
입력 : 2021-03-17 06:00:00 수정 : 2021-03-17 06:00:00
이종용 증권부장
"옛날 같으면 정부가 국민연금을 불러 '쪼인트'를 날릴 만한 일이죠. 민주적인 사회가 되다 보니 연기금이 저렇게 기계적으로 무자비하게 파는 겁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매도 폭탄에 '동학개미(개인투자자)'들이 난리가 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국민연금 대량 매도 이유를 밝혀라"는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국민연금이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며 청와대 청원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앞 집회를 불사하고 있다. 
 
부정여론이 들끓자 정치인과 일부 전문가들도 합세했다. 주식시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한 전문가는 군사정권 시절의 '쪼인트'를 거론하며 국민연금을 손 봐야 한다고 성토하는 지경이다.
 
연기금은 지난해 12월24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장장 52거래일간 순매도를 이어왔다. 이 기간 순매도 총 합계는 14조4977억원에 달한다. 그러던 연기금은 지난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100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순매수를 보였다. 이날(16일)도 이틀 연속 순매수를 보여줬다.
 
그러나 연기금의 순매수는 '반짝 매수'에 그칠 확률이 높다. 국민연금이 '5개년 중기자산배분계획'에 따라 아직 국내 주식의 비중을 조절해야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말까지 국내 주식 비중을 16.8%까지 낮춰야 한다. 더 나아가 2025년까지 국내 주식 비중을 15%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다.
 
이같은 비중 조절을 달성하려면 현재 주가가 유지된다고 봤을때 국민연금은 올해 총 35조원 가량의 주식을 팔아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14조5000억원 가량을 매도했으니 앞으로 20조5000억원을 추가 매도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의 분노가 단기간 내 사그라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에서는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앞에서 연일 집회를 열고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과매도를 규탄하고 있다.
 
이렇게 국내 주식을 팔아야 할 정도로 국민연금은 그동안 뭘 했을까.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폭락을 방어하기 위해 많은 매도 물량을 받아낸 영향이 크다. 따라서 1400대까지 추락했던 코스피가 2배 이상 급등한 현 시점이 목표대로 비중을 축소할 절호의 기회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연기금 매도 폭탄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급기야 '리밸런싱' 방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리밸런싱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지난해 말 17.3%에서 올해 말 16.8%, 2025년 말 15% 내외로 점차 줄여가는 계획을 만들어놨다. 현재 부정여론 때문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재조정한다면 또 다른 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각종 시장 제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개입도 커지고 있다. 양도세 대주주 요건과 공매도 제도 손질을 이끌어 낸 데 이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관 위주의 자본시장 정책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여론에 의해 국민의 노후 자금 운용 원칙이 흔들려서도 안된다.
 
이종용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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