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폭력 2차 피해' 시장 책임으로 명시
내부 예방지침, 행정규칙으로 강화…여가부 표준안 등 반영
입력 : 2021-01-31 06:00:00 수정 : 2021-01-31 0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대책을 법규 형태로 마련했다.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및 신고자·조력자·대리인이 받지 말아야 할 불리한 처우를 명시하고, 사건 고충심의위원회의 외부위원을 과반으로 정했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성희롱·성폭력 예방규칙을 제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10일 발표한 특별대책에 따른 후속조치다.
 
그동안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을 운영하고 지난 2019년 5월9일 마지막으로 개정했지만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구속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지침이 상대적으로 내부 구성원들끼리의 규범에 가깝다면, 행정규칙은 조례 하위 법규의 성격을 지닌다는 것이다.
 
이번 규칙은 단순히 서울시 예방지침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 아니라 마지막 개정 시기로부터 현재까지의 변화상을 반영했다. 여성가족부의 2021년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 표준안(표준안) 등을 상당히 참고한 편이다.
 
특히 피해자뿐 아니라 신고자·조력자·대리인이 고충의 상담, 조사신청, 협력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이 눈에 띈다. 여가부 표준안은 불리한 처우를 하지 말아야 할 주체를 기관장으로 명시했는데, 서울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인사·복무 등 권한을 시장으로부터 위임받은 자'까지 포함시켰다.
 
불리한 처우로 인정되는 항목도 2019년 서울시 예방지침에 비해 확대됐다. 세부적으로는 △해고 △전보·전근 △예산 또는 인력 등 가용자원의 제한 또는 제거, 보안정보 또는 비밀정보 사용의 정지 또는 취급자격의 취소 △직무에 대한 부당한 감사 또는 조사나 그 결과의 공개 등이 있다.
 
또 행위자(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와의 업무·공간 분리, 휴가 등으로 2차 피해를 방지하고 피해자 근로권 등을 보호해야 하는 주체는 시장으로 명시돼있다. 기존 서울시 예방지침에는 '피해가 발생한 기관·부서의 장'으로 돼있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의 범위도 정했다. 가해자·피해자 모두 서울시 소속 공무원 또는 공무직 직원, 기타 서울시 본청 및 사업소에서 직접 고용한 지원 인력인 경우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무원뿐 아니라) 직장에서 소속해 같이 근무하고 있으면 직장 내 사건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가부 표준안보다 더 강력한 지난 12월 특별대책을 규칙에 담기도 했다.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 서울시는 위원 과반 이상을 외부위원으로 위촉하게 됐지만, 여가부 표준안은 외부위원이 이보다 적다. 고충위 위원 2명 이상을 외부위원으로 위촉하고, 기관장 및 지방자치단체장, 시·도 교육감이 행위자로 지목되면 내부위원과 외부위원을 동수로 하게 한 정도다.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성희롱·성폭력 행위자가 시장으로 지목된 경우에는 사건을 인지한 즉시 여가부 ‘공공부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에 알려야 한다. 여가부 표준안은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사건을 접수할 경우로 정한 바 있다.
 
이외에 외부 수사기관에 신고한 서울시 공무원간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경우에도 피해자가 원할 경우 내부조사를 병행할 수 있다.
 
다만 이번 규칙 제정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지난 25일 고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서울시에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을 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 권고를 반영한 규칙 개정의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이다.
 
지난 7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박원순 성폭력사건 검찰 재수사 및 수사내용 공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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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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