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자산운용사들이 최고경영자(CEO)를 잇따라 교체하고 대체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금융투자업계를 뒤흔든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주식 등 직접투자 확대로 펀드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익성 개선이 절실해졌다. 은행과 증권사 출신을 운용사 대표로 앉히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에 경영보고서를 공시한 전체 77개 자산운용사(등록취소 운용사 제외) 가운데 올해 CEO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흥국·유진·리치먼드·베어링·비엔케이·DB자산운용 등 36곳(46.7%)으로 집계됐다.
통상 자산운용사 CEO임기는 2년 역임 후 1년씩 연임하는 구조지만, 트러스톤 자산운용 등 일부 운용사의 경우 실적 등에 따라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는 장수CEO도 많다. 그러나 올해는 대형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수장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신임 대표로 이석로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사장을 선임했다. 국내 1세대 가치투자자로 평가받는 이채원 전 대표가 2017년 말 선임 이후 2년 만에 사의를 표한데 따른 후임 인사다.
이 신임 대표는 1988년 동원증권의 전신인 한신증권에 입사한 이후 한국투자증권 경영기획본부장,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역임한 인물로, 코로나19 이후 인터넷·바이오·2차 전지 등 성장주가 주도하는 장세에 이 전 대표와는 다른 스타일의 비즈니스를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KB자산운용은 각자대표체제 도입 3년 만에 이현승 단독대표체제로 전환했다. GE에너지 코리아와 SK증권, 현대자산운용 대표를 맡았던 이 대표는 대체투자와 연금시장 확대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KB자산운용은 LDI(부채연계투자전략)조직을 LDI본부와 LDI전략실로 확대하고 본부 산하에 대체투자실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대체자산 운용확대 등 KB금융그룹 내 보험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높인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기관 M&S 본부와 외부위탁운용(OCIO) 본부를 통합하고,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부문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대표이사 직속으로 ESG&PI 실을 신설했다.
NH-Amundi(아문디)자산운용은 박학주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자산운용본부 본부장(상무)을 새로운 대표로 확정했다. 올해 1월부터 2년간 NH아문디자산운용을 이끌 박 대표는 농협은행 딜러를 시작으로 농협손해보험 및 상호금융 자산운용총괄업무를 수행했다. 박 대표는 ‘필승코리아’ 펀드 등을 흥행시킨 배영훈 전 대표에 이어 종합자산운용사의 위치를 공고화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밖에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김유상 마케팅 부문장을 신임 대표로 결정했다. 김 대표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보상기획팀장(상무)을 거쳐 삼성자산운용 경영지원실장(상무)과 마케팅총괄(부사장), 고객마케팅부문장(부사장)을 지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산운용업계의 경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주식 투자확대와 사모펀드 사태로 발생한 펀드시장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각 운용사들이 대체투자 등 관련 전문가들을 최고경영자로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석로·이현승·박학주·김유상 자산운용 대표. 사진/각사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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