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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선 부동산②)”매물 지속 유도 위한 양도세 완화 필요”
“양도세 낮춰야 매물 내놓을 것”…“보유세 높여 여러채 소유 막아야”
2020-10-04 06:00:00 2020-10-04 11:59:23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서울 부동산 시장 상황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서울 집값의 안정화를 위해선 지속적인 매물 유인이 필요하다. 신규 주택은 착공 전까지 여러 행정절차와 더불어 공사 기간이 필요해 당장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 관건은 기존 재고주택 공급이다. 이는 다주택 보유 부담을 늘리고, 매물을 내놓기에 원활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정부의 세금 규제책은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물 유도를 위해선 매매, 즉 양도시 발생하는 차익에 매기는 세금인 양도소득세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는데 오히려 이를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내년부터 법인이 주택을 양도할 때 붙는 추가 세율을 기존 10%에서 20%로 늘리기로 했다. 또 2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을 대상으로 내년 6월부터 양도세율을 최대 70%까지 높인다. 
 
다주택자들 사이에선 차라리 정권이 바뀌고 집값이 오르는 걸 기다리겠다며 버티는 이들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매도인이 호가를 낮추지 않을 경우 불안감이 더 커지는 쪽은 내 집 마련이 절박한 실수요자다. 전문가들은 징벌적인 양도세 부과를 지양하고,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양도세 부담이 재고주택 매물의 출현과 직결된다는 걸 모르지 않고 있다. 단기 양도차익을 환수하기 위해 다주택자 세 부담을 높이면서도, 매물 유도를 위해 내년 종합부동산세 부과일까지 증세 시행을 유예했다. 
 
양도세 부담 완화가 집값 안정화에 기여하는 효과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16 대책을 발표하면서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가 집을 팔 경우 양도세 중과를 올해 6월까지 한시적으로 배제한 바 있다. 이에 올해 6월 전 시장에 매물이 풀렸는데, 코로나19의 영향도 겹치면서 서울 월간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지난 4월과 5월 -0.1%, -0.2%를 기록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당시 서울 집값이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건 양도세 중과를 일시적으로 면제하면서 매물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양도세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교수도 “강화된 양도세 규제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라며 관련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도세를 낮추는 대신, 보유세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다주택 보유의 부담을 높여 주택을 여러채 구매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학계에선 양도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높이면 주택 소유 부담 때문에 매물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고,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너무 많은 주택을 보유하는 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보유세를 이용해 불필요한 주택 보유를 막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편이다.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제출받은 ‘OECD 국가 부동산 세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명목 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0.9%로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인 1.1%보다 낮다. 캐나다와 영국이 3.1%로 가장 높고, 미국과 프랑스는 각각 2.7%, 2.6%다. 재고주택의 매물 유도를 위해선 보유세를 더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다. 
 
보유세 인상시 집값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문도 있다. 지난 2018년, 박진백 한국감정원 KAB부동산연구원 책임연구원과 이영 한양대 교수는 1980년부터 2015년까지 OECD 35개국을 대상으로 부동산 세제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부동산 조세의 주택시장 안정화 효과’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보유세를 OECD 평균 수준으로 인상할 경우 주택가격은 연간 약 1.6%포인트 하락하는 결과가 나왔다. 박 연구원과 이 교수는 이를 토대로 “보유세율이 낮은 국가에서 세율인상을 할 경우 주택 가격 안정화를 유도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다주택자의 주택 취득에 부담을 늘리기 위해 취득세 강화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토연구원이 연구한 바에 다르면 영국은 우리나라의 취득세와 유사한 부동산등록세를 부과하고 있다. 보유주택수와 주택의 과세구간에 따라 세율을 달리 매기는데 다주택자가 150만파운드(약 22억5000만원) 이상의 주택을 구입할 때는 15%의 세금을 부과한다. 
 
싱가포르도 취득세율이 높은 편이다. 싱가포르 시민일 경우에 1주택자는 취득세가 0%지만 2주택자는 12%, 3주택자는 15%를 과세한다. 법인은 25%가 적용되고, 개발업 법인의 경우에는 30%까지 걷는다. 우리나라도 서울 전 지역이 해당되는 조정대상지역에선 3주택자 이상부터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늘리기로 했지만 외국 사례와 비교하면 높다고 볼 수 없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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