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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지수ETN 출시 밍기적
ETF 넘는 경쟁력 확보 요원…세제혜택도 없어 매력 떨어져…"거래액 급감, 시장위축 우려"
2020-09-10 06:00:00 2020-09-10 0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금융당국이 상장지수증권(ETN)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국내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ETN 출시를 허용했지만 증권사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이미 인지도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주요 시장대표지수를 선점하고 있어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아 진입 부담이 있어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와 경쟁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ETN 상장 계획을 철회하거나 보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KRX300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 ETN을 준비하던 증권사 중 KB증권만이 'KB KRX300 ETN'을 신규 상장한다.
 
당국이 상품 다양화와 ETN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국내 시장대표지수 ETN 출시를 허용했으나 상품을 발행하는 증권사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이다.
 
당초 ETN은 시가총액 가중 방식의 국내 시장대표지수를 기초지수로 삼을 수 없었다. ETF와의 과열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코스피200, 코스닥150 등을 추종하는 것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5월 금융위원회는 ETN의 국내 시장대표지수 ETN 출시를 허용하는 'ETN·ETF 시장 건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원유·레버리지 ETN 등 일부 고위험 상품에의 과도한 투기수요는 억제하고 매력적인 상품 개발을 통해 다양한 투자수요를 흡수하기 위해서다. 금융투자협회 등은 지난 7월 관련 개정을 마치기도 했다.
 
하지만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대표지수 ETN을 고려는 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세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TF의 시장 선점력이 강한 상황에서 차별화 전략도 부족해 도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ETN은 올 들어 원유와 레버리지 상품이 주목을 받기 전까지 ETF에 비해 인지도가 크게 떨어졌다. 실제로 ETN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원유'와 '레버리지·곱버스' 등으로 각인되며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도 세제혜택도 차이가 있다. 국내 주식에 대한 직접투자와 ETF를 포함한 주식형 펀드를 합쳐 연 5000만원까지 양도차익이 비과세되지만, ETN은 혜택에서 빠졌다.
 
그는 "ETN이 차별화된 영역은 대부분 원자재나 대체상품 등 ETF가 진출하지 않은 영역"이라며 "ETN 추종지수로 KRX300 지수를 선택한 것도 ETF가 선점한 코스피200, 코스닥150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ETF는 펀드 구조라 고객 자산을 투자해 굴리면 되는 거지만, ETN은 발행하는 증권사 사업사가 회사 신용으로 수익을 보증하는 채권 형태이기 때문에 무한정 발행할 수 없다"며 " 상품 출시에 앞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더 많다"고 말했다. 
 
ETN 시장을 건전화·활성화하겠다는 당국의 취지도 빛을 바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ETN 거래대금은 매달 감소하고 있다. ETN 거래대금은 지난 4월 8조 2528억원에서 5월 2조원대로, 8월엔 1조723억원까지 감소했다.
 
다만 증권업계가 시장대표지수 ETN 도입을 바랬던 사업인 만큼 시장 활성화가 될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출시 보류의 의미는 아예 철회하겠다기보단 좀 더 두고보겠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크다"며 "서둘러 내긴 어렵더라도 많은 증권사들이 내부 검토중"이라고 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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