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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개미들 반발에 힘받는 '일본식 공매도'
증권금융, '일본 사례' 연구용역 재추진…공적기관이 개인에 대주 서비스…'홍콩식 지정제'론 논란해소 부족
2020-08-24 06:00:00 2020-08-24 08:45:23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별도의 공적기관이 개인투자자에게 주식 대여(대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식 공매도' 제도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공매도 제도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 비해 개인들의 접근 기회가 떨어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발발 때처럼 하락장에서 개미들의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당국과 학계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은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며, 일본식 공매도 제도 도입을 전제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 용역을 맡은 서울대 안동현 교수 역시 일본식 공매도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학자로 알려졌다. 한국증권금융은 한국거래소와 증권사 등 금융기관들이 출자해 만든 회사로, 증권 관련 투자자 예탁금을 보관·운영한다.
 
회사 관계자는 "공매도 재개시 개인투자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개선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맡겼다"며 "대주 인프라와 관련해 일본 등 해외사례를 참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식 공매도 제도는 중앙집중방식으로 주식대차재원을 공급하는 공적기관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개별 증권사들이 주식대여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신용도상의 리스크가 크고 물량 제한이 있기 때문에 주식대여재원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기관이 별도로 둔 것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는 방식의 '숏(매도)' 전략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에 비해 신용도가 떨어지는 개인이 주식을 빌리기가 어렵다.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신용거래대주 서비스가 유일하고, 이마저도 빌릴수 있는 주식의 종목과 수량에 제약이 많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한국과 일본의 주식 신용거래제도 비교 연구'에 따르면 일본 주식시장의 개인투자자 공매도 거래 비중은 전체의 23.5%를 차지한다. 두 나라 모두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거래 비중이 70%가 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의 공매도 비중이 1% 미만이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제도에 반대하는 이유도 외국인·기관과의 역차별 문제 때문이다. 외국인과 기관들이 대량으로 공매도 물량을 쏟아내면 공매도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없는 개인은 폭락장에서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가가 떨어질수록 외국인과 기관은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인 셈이다.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한 금융당국은 당초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를 검토해왔다. 홍콩식 공매도는 홍콩식 공매도는 일부 대형주 중심으로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홍콩식 제도는 '기울어진 운동장' 지적을 받는 공매도를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방안이 아닌 만큼 투자자들의 불만이 계속 될수밖에 없다.
 
공매도 제도 개편에 부정적이던 금융위원회 내부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금융위는 내달 15일 공매도 한시 금지 기한을 앞두고 공매도 재개 관련 학계 의견과 여론을 수렴하는 중이다. 한국증권금융의 공매도 관련 연구용역 결과는 내년 초에나 나올 예정이라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를 우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 관계자는 "당초 금융위에서는 공매도 금지 등을 포함한 재도 개편에 부정적이었지만, 대통령까지 나서서 개인투자자를 살피라고 강조하면서 제도 개편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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