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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한 달새 국회 행사만 3번…이번엔 "중앙조달 문제 있다"
국회서 영향력·발언권 키워…"여야 지지율 역전, 부동산문제 때문"
2020-08-13 14:54:09 2020-08-13 15:11:18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3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나라장터'를 통한 중앙조달 체제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 토론 내용 못지않게 눈길을 끈 건 이 지사의 행보다. 이날은 7월16일 이 지사가 대법원에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 판결을 받은 후 세번째로 열린 국회 행사다. 특히 지난달엔 '도정 외의 질문은 난감하다'고 했지만 이번엔 정책에 대해 적극적 견해를 피력해 대조를 이뤘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 조달제도 도입을 위한 경기도 정책토론회'는 조달청을 통한 독점적 국가 조달체제를 허물고 지방정부도 자체 경쟁입찰과 조달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지사는 토론회 축사에서 "공정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지만 정작 중앙정부는 조달시장을 독점해 지방정부에 부당한 부담, 즉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며 "지방정부에 대한 자율권 침해를 없애고 조달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해 지방 분권과 지방재정 독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중앙정부가 조달시장을 독점한 곳은 우리나라와 슬로바키아 단 두곳뿐이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달 '공정조달기구'를 신설하고 나라장터를 대신할 수 있는 지방 조달시스템을 자체 개발키로 했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참석한 가운데 '공정 조달제도 도입을 위한 경기도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이 지사가 나라장터에 문제를 제기한 건 이곳을 통해 조달한 가격이 일반 쇼핑몰에서 구입한 값보다 비싸서다. 경기도에 따르면 동일한 업체의 비디오 프로젝터를 나라장터에 조달하면 143만원이지만, 일반 쇼핑몰에선 40% 저렴한 85만에 살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조달청의 전체 조달규모 45조2493억원 가운데 경기도의 비중이 14.6%(6조6159억원)인 만큼 나라장터의 '바가지'는 곧 경기도의 재정악화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토론회와 관련한 이 지사의 행보는 대선주자를 겨냥해 눈여겨볼 대목이 많다는 분석이다. 우선 이 지사가 지방 분권과 지방재정 독립을 언급, 중앙정부가 주도한 불공정 거래의 문제를 제기한 부분이다. 지방 분권과 지방재정 독립은 이 지사가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때부터 강조한 정치철학 중 하나다. 2017년 3월23일 이 지사는 광주시 조선대를 방문해서도 "지방분권은 공정사회의 출발"이라고 주창한 바 있다.
 
아울러 이 지사는 지난달 16일 대법원 판결 후 한달 사이 세번이나 국회 행사에 참석했다. 이 지사는 앞서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 토론회를 연 데 이어 30일엔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 창립 총회에 참석한 바 있다. 이 지사가 이달 첫째 주에 휴가를 보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일주일에 한번꼴로 국회 일정을 소화한 셈이다. 행사마다 십수명의 여야 의원들이 동참한다는 점에선 이 지사가 국회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대선주자의 위상을 드러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경기도는 25일에도 기본주택 토론회를 연다.
 
이 지사는 국회 방문이 늘어날수록 정치 현안과 정책에 대해 점차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달 23일만 하더라도 "도지사로서 도정을 말하고 싶은데 기자들이 정치 이야기를 물어봐서 아주 난감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이 지사는 미래통합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아무래도 지지율 하락의 제일 큰 영향은 부동산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라면서 "정치는 언제나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고 또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민주당이 그런 노력을 더 많이 해달라는 채찍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합당이 정강정책 1호로 기본소득을 제시한 것엔 "기본소득은 진보 진영의 복지정책이라기보다는 성장을 담보로 하는 경제정책"이라며 "통합당이 기본소득 의제를 채택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일이고, 우리 민주당에서도 발 빠르게 기본소득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했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잇따른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국민이 피로감을 느껴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분석엔 "정부 정책에 일부 혹평이나 불만도 있겠지만 제재라기보다 국민 공동체를 유지하고 부동산시장의 질서를 잡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이해해달라"면서 "정책을 시행할 때 저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과도한 규제가 고통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각별한 노력, 섬세하고 큰 배려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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