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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 5년간 88억 모금…할머니엔 2억만 써"
민관합동조사단 "할머니에 정서적 학대 정황도 발견"
2020-08-11 11:27:42 2020-08-11 11:27:42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거주시설인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이 수년 동안 수십억원의 후원금을 모집했으면서도 이를 할머니들에게 직접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모금한 돈은 땅을 사는 데 쓰거나 건물을 짓기 위해 쌓아뒀다는 설명이다.

송기춘 나눔의 집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은 11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사 결과 나눔의 집은 2015~2019년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활동'을 위한 후원금 홍보를 했으며 여러 기관에도 후원요청 공문을 발송하는 등 지난 5년간 약 88억원의 후원금을 모집했다"면서 "그러나 할머니들이 실제 생활하는 나눔의 집 양로시설로 보낸 금액(시설전출금)은 약 2억원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나눔의 집의 운영법인이 재산조성비로 사용한 후원금은 약 26억원으로 파악됐다. 재산조성비는 토지매입과 생활관 증축공사, 유물전시관 및 추모관 신축비, 추모공원 조성비 등으로 사용했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위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 집' 전경. 나눔의 집 민관합동조사단은 11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눔의 집이 수년 동안 후원금 88억원을 모금했으면서도 이를 할머니들에게 직접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송 단장은 이어 "나눔의 집은 후원금 모금 과정에서도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에 의한 모집등록을 하지 않았다"면서 "후원금의 액수와 사용 내역 등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으며, 등록청의 업무검사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조사 과정에서 할머니에 대한 정서적 학대의 정황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송 단장은 "간병인이 '할머니, 갖다 버린다', '혼나봐야 한다' 등 언어폭력을 가했고, 이는 특히 의사소통과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환자 할머니에게 집중됐다"면서 "간병인의 학대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나눔의 집 운영상 문제에서 파생된 의료 공백과 과중한 업무 등이 원인일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할머니들의 생활과 투쟁의 역사를 담은 기록물이 방치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입·퇴소자 명단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할머니들의 그림과 사진, 국민들의 응원 편지 등을 포대나 비닐에 넣어 건물 베란다에 방치했다. 이런 것 중에선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된 자료도 있었다. 제1역사관에 전시 중인 원본 기록물은 습도 조절이 되지 않아 훼손되고 있었고, 제2역사관은 부실한 바닥공사로 바닥면이 들고 일어나 안전이 우려되는 상태였다.

이 밖에 법인직원인 간병인이 조사단과 할머니의 면담 과정을 불법 녹음했고, 시설장은 할머니를 조사대상인 전 시설장 및 전 사무국장과 외부에서 만나게 하기도 했다.
 
경기도는 추후 민관합동조사단으로부터 최종 조사결과를 받아 세부적으로 검토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처분 할 예정이다.

송 단장은 "나눔의 집은 초창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평안한 생활을 위해 노력했지만 법인과 시설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점차 문제점이 발생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진 전문가 및 시민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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