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여전히 부익부 빈익빈이다. 잘 되는 영화는 한 없이 잘 된다. 하지만 힘 없는 영화는 한 없이 외면 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재개봉 영화들의 득세란 기현상이자 국내 극장가만의 특수성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23일 오전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22일 박스오피스 1위는 지난 15일 개봉한 ‘반도’다. 22일 하루 동안 전국에서 총 11만 1240명을 동원했다. 개봉 이후 누적 관객 수는 217만 4313명이다.
하지만 ‘반도’ 이후 2위부터 10위까지는 사실상 순위가 의미 없는 상태다. 스크린 점유율부터 일일 관객 동원까지 ‘그들만의 생존’일 뿐이다. ‘반도’가 1945개의 스크린을 점유한 상황인 반면, 일주일이나 개봉이 늦은 ‘블루아워’ ‘펜데믹’은 각각 322개 382개뿐이다. 두 편과 같은 날 개봉한 ‘아디오스’는 단 150개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다. ‘반도’와 달리 독립?예술영화로 분류된다고 하지만 스크린 점유율에서 완벽하게 다른 출발이기에 관객 동원 수치에서도 상상 이상의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1년 전 개봉작이자 재개봉작인 ‘알라딘’이 2위로서 9058명을 동원하고 스크린수 544개를 점유한 상황이 더욱 기괴하게 보이는 이유다.
‘코로나19’ 이후 개봉작이 없는 극장가는 재개봉으로 생존 돌파구를 찾았다. 일부 저예산 독립영화와 장르 색깔이 뚜렷한 외화들이 ‘코로나19’ 시대에 자체적으로 극장가 상생 구조를 만들어 낸 바 있다.
‘반도’ 한 편의 흥행 독주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23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 순위를 보면 국내 영화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과 배급 시기에 대한 상업적 판단, 그리고 독립?예술영화와의 상생 구조가 왜 해묵은 영화계의 고질적 병폐인지 확인할 수 있는 결과처럼 다가온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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